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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방역 의식을 흔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언급하며 ‘출구의 초입’에 있다고 한데 이어 23일에는 ‘확진자 폭증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정부가 동선 추적 등 각종 방역 정책을 완화한 상황에서 연일 이런 메시지를 내자 시민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역 긴장감을 푸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선 23일에도 도심 다중이용시설에선 방역에 신경쓰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점심시간대 서울 중구 한 카페는 손님 50여 명이 들어차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그러나 음료를 마신 뒤 다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직장인 강모 씨(34)는 “정부도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다룬다는데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익선동 한 식당은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62명, 식당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만 33명이었다. 모두 밀집한 채 기본 방역수칙인 ‘2m 거리두기’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확충할 중장기 계획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백신 효과가 6개월을 가지 못하고, 먹는 치료제도 아직 범용화되지 않았다”며 “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늘 수 있어 ‘출구의 초입’이 아니라 ‘아비규환의 초입’”이라고 말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유행 때 우리 병원에서 중환자를 많으면 23명까지 봤는데, 지금 벌써 19명이 입원해 당시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