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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러 제재 ‘어부지리’… “美 관심 멀어지고 러와 경제협력 확대”

입력 | 2022-02-24 03:00:00

중국 옥죄던 美, 이젠 러시아 집중… 제재 받는 러, 中의존도 점점 커져
英언론 “경제-외교적으로 中 유리”… 美, 러 우크라 장악 막지 못할땐
中, 대만에 비슷한 전략 쓸 가능성… 美의 제재 수위도 中엔 참고자료



대형 카펫 사이에 두고… 푸틴 ‘거리두기 건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건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을 통해 옛 러시아 제국을 복원하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을 투입한 러시아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취하는 현 상황이 중국에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을 정치·경제적으로 옥죄던 시선을 러시아로 잠시 돌리게 됐고,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CNN은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무력을 통해 대만을 ‘통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中, 러가 받을 충격 상쇄할 것”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중-러 경제 협력에 미칠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받는 충격을 중국이 간접적으로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제재가 강력할수록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높아지게 된다. 경제적, 외교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중국”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까지만 해도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4일 개회식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 우정에 한계는 없다”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자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9일 “각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으로 우크라이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입장을 보였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 중에도 중-러 경제 협력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더 많은 천연가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21일 독일이 단행한 러시아와의 ‘노르트스트림2’ 천연가스관 사업 중단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싼값에 천연가스를 대량 구입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 중국은 18일 러시아산 석탄도 대량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나 키레예바 모스크바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SCMP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해 천연가스 수출 제재 외에 첨단 기술 제재도 더해질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각종 기술 협력을 더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렛대로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우크라 사태, 中 대만 정책에 영향”
이번 러시아 제재의 추이와 향방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앞으로 중국에 가할 수 있는 제재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따라 러시아 금융기관을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는 초강도 제재까지 예고했다. SWIFT를 통해 특정 국가나 법인, 개인을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시킬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중국도 비슷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대만 정책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장악을 막지 못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향해 러시아와 비슷한 전략을 쓸 확률이 커진다는 얘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9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처하면 그 충격은 메아리처럼 퍼져 나갈 것이며 그 메아리는 대만에서 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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