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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많이 뛰고 부상 위험 적고… 탁구가 최고의 실버 스포츠”

입력 | 2022-02-24 03:00:00

김찬우 명예교수가 서울 반포 이상국탁구교실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 상대가 넘긴 볼을 받아넘기고 있다. 김 교수는 2014년 탁구에 빠져든 뒤 ‘평생 스포츠’라고 생각하며 탁구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주케냐 대사에서 돌아와 2014년 잠시 국립외교원 글로벌리더십 과정에 파견 나갔을 때 다시 탁구를 만났다.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대학 시절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칠 때와는 전혀 다른 탁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김찬우 외교부 국립외교원 명예교수(62)는 “업무 스트레스도 날려주지만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느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평생 스포츠로 탁구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그 무렵 탁구 국제심판이 된 마영삼 전 주덴마크 대사께서 ‘탁구가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강조하는 신문 기사를 접했다. 서울 반포 집 앞에 이상국탁구교실을 찾았다. 레슨도 받고 회원들하고 경기도 하고…. 삶에 활력소가 됐다. 60세 이후 정년한 뒤 평생 스포츠를 하나는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러 운동 중 탁구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주중에 1회 2시간 레슨 받고 주말에는 2, 3시간 회원들과 돌아가며 경기를 했다.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 커트냐 스핀이냐, 다양한 기술이 도전이었지만 하나하나 극복해가는 게 재밌었다. 그는 “다른 회원들이 쓰는 기술을 받아내지 못하면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동영상을 찾아보고 연구했다”고 했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듯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었다. 회원들끼리의 경쟁이지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가 자극이 됐고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2016년엔 생활체육 탁구대회에도 2차례 출전해 6부 리그 복식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주브라질 대사로 나갔을 땐 탁구를 소통과 교류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는 “대사관 직원이 30여 명인데 업무 성과를 잘 내려면 결국 소통이 잘돼야 한다. 초코파이와 라면 등을 상품으로 걸고 탁구 대회를 연 2회 개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브라질 현지에 와 있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튀니지, 알제리, 카메룬 등의 대사 및 직원들과도 탁구 교류를 했다. 브라질-한국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 미란다 하원의원 등 브라질 관계자들과도 탁구를 쳤다.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는데 전반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문화가 있었다. 아카데미가 우리와는 다른 의미인 ‘피트니스센터’로 쓰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에서 신체 단련을 하고 있었고, 동네마다 탁구장도 있어 쉽게 탁구를 접할 수 있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더 이상 탁구 교류를 이어갈 순 없었다. 하지만 운동으로서의 탁구는 멈추지 않았다. 8년 전 탁구를 시작할 때 강제로 함께 입문시킨 아내와 랠리를 하면서 땀을 뺐다. 1984년 외교부에 들어간 김 교수는 외교부 환경협력과장과 환경부 국제협력관, 정부 기후변화 대사를 역임하는 등 외교관 생활의 대부분을 환경외교에 바쳤다. 그는 지난해 ‘사례를 통해 살펴본 한국의 환경외교’란 책도 썼다.

김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탁구는 주 2회 정도 친다. 처음 시작했듯 평일에 레슨을 2시간 받고 주말에 회원들과 어울려 경기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유산소 운동인 탁구만 쳤는데 이젠 근육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조만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탁구는 나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실력이 비슷하면 누구나 함께 칠 수 있다. 동작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포핸드나 백핸드 랠리만으로도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부상 위험 없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최고의 실버 스포츠라고 느낀다.”

다만 김 교수는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탁구를 더 심도 있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좀 더 젊었을 때 시작했으면 탁구 기술과 경기 운영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란 뒤늦은 깨달음이다. 그는 “평생 운동으로 스포츠를 시작한다면 가급적 빨리 시작하길 권한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실력을 쌓을 수 있고 깊이를 알아야 진정으로 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탁구를 치다 보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람과 겨룰 때도 있는데 상대의 공을 받아내지 못하면 실망하고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어떤 스포츠든 더 도약하려면 어느 정도 기본 바탕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