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2일 새벽 제주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남편 B씨(45)로부터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한 30대 여성 A씨의 여러 상처. 사건 당일 B씨는 쇠망치로 A씨의 손과 다리를 수차례 때린 데 이어 부엌에 있던 흉기들을 A씨의 목에 겨누며 살해 협박까지 했다.(A씨 유족 제공)2022.2.24/뉴스1
30대 여성 A씨는 설 연휴 직후인 2020년 1월29일 연인 B씨(45)와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식을 따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꿈꿨던 그다.
B씨와 동거생활 중이던 2019년 9월 병과 유리잔 등 위험한 물건으로 B씨에게 얻어맞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A씨는 B씨를 믿고 이번 한 번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B씨는 A씨와 혼인신고를 한 지 1년도 채 안 돼 물건을 부수고 집을 나가는 등 또다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사달은 2020년 12월에 벌어졌다. B씨가 난임치료를 받고 있는 A씨를 돕기는커녕 배를 타고 타 지역에 다녀오겠다고 나서면서 말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2022.1.14/뉴스1
이후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특수협박,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B씨는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당시 심병직 부장판사)으로부터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1년간 보호 관찰을 받을 것과 80시간의 사회 봉사를 명 받았다.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지만 B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B씨가 초범인 점, A씨가 B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A씨가 자신의 늦은 귀가 등을 타박하자 화가 나 부엌에 있던 흉기를 A씨의 목에 겨누면서 A씨를 위협하던 중 현관까지 피신한 A씨가 현관문을 열고 “살려주세요”라고 외치자 흉기로 A씨를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다.
© News1 DB
이번에는 B씨가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점, A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A씨의 유족은 억울함에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다. A씨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겨 온 탓에 이제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탓이다.
A씨의 유족은 B씨가 선고공판 다음날인 지난 18일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곧장 항소한 데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유족은 “B씨나 B씨 가족으로부터 단 한 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는데 재판부는 어떻게 B씨가 뉘우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면서 “B씨 역시 법정에서는 죄송하다고 해 놓고 어떻게 형량을 더 줄여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 유족은 이어 “아이라도 갖고 싶어 B씨를 한 번 더 믿어 보자는 기대감 반, B씨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뒤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반에 B씨를 선처해 줬던 것 아니겠느냐”면서 “가족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똑똑하게 조언해 줬던 아이인데 정작 본인은 더 심한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며 오열했다.
검찰은 이 같은 유족 의견 등을 고려해 23일 제주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다.
A씨의 유족은 항소심 재판부를 향해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A가 지금의 형량을 보고 억울함을 풀 수 있겠느냐”며 “B씨에게 법으로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형량을 내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