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층간소음의 1차적 해결방안은 ‘부탁’입니다. “조금만 조심해주세요” 라고 직간접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이 보복소음입니다. 도저히 말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괴로운지 자기들도 당해봐야 소음을 줄일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그것도 안 되면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때로는 경찰 신고까지 갑니다.
보복소음이 효과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음을 안 냈는데 보복을 해올 경우입니다. 사실 관계부터 서로 다르게 보고 있으니 해결방법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언쟁을 벌이다가 감정폭발로 협박 폭행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최기영(40대·가명)은 아랫집 60대 아저씨의 ‘보복소음’으로 1년째 고통을 받고 있었다. 매일 밤 10시경부터 새벽 2,3시까지 방바닥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고, 현관문을 고의적으로 세게 닫는 소리도 새벽에 들리곤 했다.“너무 시끄럽습니다.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아랫집 아저씨는 “당신들이 윗집에서 소음을 내는 것은 생각하지 않느냐. 너희도 당해봐야 줄일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그 후 바닥에서 올라오는 층간소음은 더 자주, 더 커졌다. 잠을 거의 못자고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엘레베이트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감정이 격해져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아랫집 남자가 최씨에게 욕을 하며 팔을 강하게 비틀었다. 최씨는 이러다 정말 큰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있는데도 아랫집 남자는 “내가 경찰서에 잡혀가서 옥살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최씨는 불안에 떠는 나날이 계속됐다.
결국 알고 보니 아랫집 아저씨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렵게 합의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부터 밝히기로 했다. 진단 결과 아침과 저녁에 미세하게 기계가 작동하는 듯한 지속적인 소음이 아랫집에 들리는 게 사실이었다. 그 때는 윗집 사람이 없을 때였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아랫집 윗집이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불신하면서 감정적 대립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양측 모두의 말이 다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음원이 제3의 장소에서 발생하는 때입니다. 혹은 집 구조의 부실로 위에서는 개미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는데 아래층에서는 천둥소리처럼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고 백날 싸워봐야 해답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불안과 싸움만 커집니다.
서로 차분하게 합의해 누구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려는 노력부터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경험 많은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소음원 발생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객관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