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부산 중구 광복동 유세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 후보가 9회말 2아웃의 상황에서 ‘4번 타자’로 나서 홈런을 날린다는 의미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우선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는 갈수록 좁아지는 정치적 입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전 카드로 풀이된다. 자신이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고사작전을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독자 완주의 결기를 보였다는 것이다.
당 유세버스 사망 사고 이후 중단됐던 선거운동의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자신의 선거 기호인 ‘4번’을 야구에 빗대 “위기의 대한민국,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 홈런을 치는 4번 타자가 되겠다”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안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지금 시간은 다 지났다. 그래서 제가 (20일) 결렬 선언을 한 것”이라며 “단일화 결렬 선언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다 지난 다음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일 유세에서 “선거할 때마다 도중에 그만뒀고, 철수했다고 하고, 선거할 때마다 단일화했다고 잘못 알고 계시다”며 “2012년 (대통령) 선거 양보했고, 단일화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 번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중소기업 정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낄 경우 윤 후보에게 표가 결집하면서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아울러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면서 안 후보의 득표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이것을 바꿔야겠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현장에서 느낀다”며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다”고 밝혔지만 단일화 제안 철회로 야권표가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독자 승리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일화는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3월 4일 전까지 열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