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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대선 2주 앞 호남行…野 “텃밭 챙기며 선거 개입”

입력 | 2022-02-24 15:23:00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2.24/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해 조선소 재가동 결정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결단에 사의를 표하고 지난 4년여간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헤쳐온 전북도와 군산시, 지역주민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전북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불려온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17년 7월 조선업 불황으로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4년7개월 만인 이날 현대중공업, 전북도·군산시, 정부가 함께 재가동을 결정하는 내용으로 업무협약을 맺게 된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군산조선소는 내년 1월부터 연간 10만톤 규모의 블록생산을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오랜만에 현장 일정에 나섰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2월15일)된 이후 처음이자, 3·9 대선을 13일 앞둔 시점이다. 가장 최근 문 대통령의 현장 일정은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충북 오송 소재 자가검사키트 생산공장 및 고속도로 임시선별검사소(경부선 안성휴게소)를 방문했던 때가 마지막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이날 현장 일정 전까지 경내에서만 일정을 소화했다. 아울러 올해 들어 호남을 방문한 것은 지난 9일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 대한 조문 후 두 번째로, 사실상 처음이다. 최근 호남 지역 마지막 일정은 지난해 10월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방문이었다.

군산 방문은 바다의 날(2017년 5월31일)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2018년 10월30일),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2019년 10월24일),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현장(2021년 2월18일)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선 정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장 일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부산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는 영상 축사를 보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럼에도 ‘민감한 시기’에 호남을 찾게 된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그간 군산조선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고 재가동 시 방문하겠다는 말도 하신 바 있다”며 “‘말년 없는 정부’라는 말씀을 누차 드려왔는데 이에 따라 방역과 민생 경제를 챙기는 행보를 마지막까지 계속해 나간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군산시 군산공설시장에서 열린 “군산시장 상인 여러분의 웃음을 되찾아드립니다“ 대선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어퍼컷 세레모니로 화답하고 있다. 2022.2.22/뉴스1 © News1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2일 군산을 찾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텃밭인 호남 표심잡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군산은 ‘제일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7월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2018년 2월에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돼 군산과 전북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협약식에서 “참으로 감개무량한 날”이라며 “군산이 회복과 도약의 봄을 맞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으로 전북지역과 군산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일자리가 회복되고 협력업체, 기자재 업체도 다시 문을 열게 될 것”이라며 “완전 가동되면 최대 2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군산의 봄소식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언급한 뒤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가 함께 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이날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을 두고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선을 13일 앞두고 호남을 찾았다. 청와대에선 ‘민생경제를 챙기는 행보’라고 설명했지만, ‘텃밭 표심을 챙기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부산 지역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이 아니라면 동일 행동 동일 기준의 원칙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군산 방문도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은 호남에서 민주당의 텃밭 홀대에 대한 불만이 높고,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등 국민의힘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의 방문은 들썩이는 호남 여론을 달래고 다시 한번 텃밭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방 일정 등 현장행보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을 약 3주 앞둔 1992년 11월27일 대덕연구단지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후 대선 9일 전인 12월9일에는 부산 동서고가도로 개통식에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을 2주 앞둔 2002년 12월4일 분당 서울대병원 준공식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일주일 전인 2007년 12월11일 태안 유류 유출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밖에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이 다가울수록 지방 일정 자체를 잡지 않고 경내행사만을 소화했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