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이 아파트 부지매입 단계에서부터 인·허가까지 착공 전 모든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아파트 건설 예정 부지의 지가 상승을 피하기 위해 시행사가 제3의 업체를 내세워 토지를 매입한 뒤 정상적 등기 절차를 밟지 않은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시행사인 HDC아이앤콘스, 토지 매입업체 등 4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아이앤콘스의 화정동 아파트 부지(23필지) 매입 과정을 살피던 수사본부는 제3의 업체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본부는 아이앤콘스가 부지매입에 직접 나설 경우 아파트를 짓는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지가가 크게 상승할 것을 우려, 제3의 업체를 통해 부지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아이앤콘스가 정상적 등기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이앤콘스가 토지 원소유자와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등기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압수수색에 앞서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아이앤콘스 관계자 1명을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도심 한복판에 고층 건물을 짓는 일인데도, 인·허가부터 공정까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화정아이파크 1·2단지 주택 신축 사업자인 아이앤콘스는 2018년 12월 17일 광주시 건축위원회에 처음 건축 계획을 접수했다.
당초 계획은 화정동 23-27번지, 23-26번지에 지하 4층~지상 46층 규모 주상 복합 건물 10여 동을 각기 1·2단지로 나눠 짓는 주택 건설 사업이었다. 공급 규모는 아파트 총 724가구, 오피스텔 152호에 이르렀다.
한 차례 재검토 끝에 열흘 뒤 다시 열린 건축위는 최고층을 지상 43층으로 낮춰 사업 규모를 줄이는 조건으로 심의를 통과시켰다.
현행 법령상 광주시가 승인해야 하지만, 시 사무위임조례에 규정된 ‘600가구 미만 주택 건설 사업 계획’에 해당돼 서구청이 승인권자가 됐다.
그러나 승인 관련 31개 기관(시·구 각 부서·소방서·한국전력 등) 협의 도중 일부 보완사항이 지적됐다. 이에 사업자는 같은해 4월 10일 보완해 재승인을 요청했다.
닷새 뒤인 2019년 4월 15일 서구청은 사업 계획(지하 4층~지상 39층·아파트 705가구·오피스텔 142호)을 승인한다. 이 과정에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합계 연면적 비율)이 536.42%에서 551.94%로 올랐다. 법정 상한 용적률인 560%에서 불과 8% 가량 낮춘 것이다.
사업 승인 2주 뒤 이 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 따낸다. 수주 23일 만인 2019년 5월 21일 공사가 시작됐다.
건축 심의와 사업 계획 승인 단계에서 1차례 씩 제동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계획 접수부터 착공까지 걸린 시간은 156일에 불과했다.
수사본부는 이 같은 인·허가 과정에 업체 관계자와 공무원 간 유착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