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부터 불거진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재차 수렴했다. 통신조회는 현재까지도 수사기관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수사기법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경우 검찰과 경찰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공수처가 진행한 2차 수사자문단 회의에서 통신조회 분석 프로그램 도입 등 기술·제도적 개선안이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등 타 수사기관 관계자도 참여해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함께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존 통신수사 관행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두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 수사에 참여하고 있는 검사들이 지난 3일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통신조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전화번호 등이 반복적으로 조회돼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는 여지를 막자는 것이다.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통신사 가입자 정보가 담긴 ‘통신자료’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직접 제공받는데, 법원으로부터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돼 중복조회가 가능하다.
공수처는 저인망식으로 동일한 인물의 통신자료를 반복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알려져 한때 ‘사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의견은 통신자료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같은 중복조회 가능성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또 취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사건이나 혐의 종류에 따라 통신수사 절차를 정해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실무적 절차를 규정해놓은 검찰 예규 등을 참고해 통신수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부분을 자료집 등 형태로 만드는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조회’와 달리 통신영장이라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구체적인 통화일시·시간 등 통화내역과 위치정보가 포함된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13조의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에 해당해 관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한편 공수처는 통신조회로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두고는 “국민 기본권 신장을 위한 입법적 노력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등에서는 이미 2016년부터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자료를 (법원에 청구하는) 영장 없이 가져가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통신자료의 반복적 조회가 공수처뿐 아니라 수사기관 전반의 문제라고 했다.
다만 법 개정은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경에서 이와 같은 통신조회 수사 방식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어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번 수사자문단 회의를 개최한 건 그동안 여론에서 꾸준히 제기된 비판을 받아들이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중으로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과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