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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크라 관련 “對러 제재 동참” 언급 배경은… 미국 ‘입김’?

입력 | 2022-02-24 17:08:00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2022.2.24/뉴스1


정부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관련, 비록 ‘조건부’이긴 하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사실상 미국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24일 오전 11시22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대러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앞서 청와대에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NSC)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현재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들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참여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보고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었지만, 불과 하루도 안 돼 ‘제재 동참’을 언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등 우방국들과 우크라니아 상황에 대한 정보 교환과 더불어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관련 입장 표명 뒤 “러시아의 부당한 공격에 책임을 묻겠다” “미국과 동맹·우방국들은 단결되고 결정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등으로부터 ‘러시아의 침공이 확실하니까 제재에 동참하는 게 좋다’는 메시지가 우리 측에 어떤 형태로든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대러 제재 동참 조건으로 제시한 ‘전면전’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상황을 우리 정부도 시시각각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선 예단해 말하는 걸 삼가고자 한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을 정의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 자체의 정보 판단, 그리고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소통에 따른 판단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칼로 무 자르듯 정확히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망에 따라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특수은행 PSB 및 42개 자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고,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도 취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도 제재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대러 제재 대열 ‘동참’을 얘기하면서도 ‘조건’을 건 배경을 두고 Δ러시아가 우리나라의 10위 교역상대국인 점, 그리고 Δ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점 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 교수 또한 “우리 정부가 얘기한 ‘전면전’ 표현엔 사실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우리의 제재 참여 의지를 좀 더 명확히 하고자 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경우’ 등의 표현을 쓰는 방법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해석하기에 따라선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면전’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전면전은 말 그대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전쟁이다. 국가비상체제를 선포한 러시아는 모든 국가 역량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와 대결하고 있고, 이는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가 좀 더 명확한 원칙을 정해 사태 초반에 움직이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말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