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며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가 우크라 영토까지 확장하며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요구)’을 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및 동맹국이 그간 러시아가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러시아 안보보장 요구를 무시해왔다며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를 “우크라이나의 비무장, 탈 나치화”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친푸틴 정권이 유지됐다면 푸틴이 지금 같은 침공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내 러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은 뉴욕타임스에 “푸틴은 자신의 임기 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궤도에 안으로 돌려놓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과거 러시아 영토를 회복시킬 역사의 주인공으로 여기는 푸틴에게 친서방 정책을 펼치는 우크라이나는 규범에서 벗어나는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21세기에 전쟁은 비이성적인 선택이지만 푸틴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극히 이성적인 결정인 이유다. 나토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러시아의 안보위협으로 규정해온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으로 최소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나토 영향력 억제’라는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귀기울이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1990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를 ‘이번 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재앙’으로 평가할 만큼 나토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순히 자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기데온 리치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러시아가 구소련에서 독립한 여러 나라 중 유독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 선거가 열리고 시민사회가 작동하는 민주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을 꼽았다. 러시아와 오랜 역사를 공유해온 우크라이나가 서양의 자유주의를 흡수하는 것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분노하는 본질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