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 전경. 2014.12.27/뉴스1 © News1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인 5조80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제때 올리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오르면 올해 적자는 10조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잠정치)은 전년 보다 9조9464억 원 감소한 ―5조8601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전은 2020년 저유가로 4조863억 원 흑자를 냈는데 1년 만에 영업이익이 10조 원가량 줄어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기존 최대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조7981억 원 적자)에 발생했다.
역대 최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LNG와 석탄 등 연료비 급등으로 분석된다. 영업비용(66조4349억 원)이 전년 대비 21.9% 늘었다. 이 중 연료비가 전년에 비해 31.2%, 전력구입비는 37.6% 증가했다. 전력도매가격(SMP)이 2020년 kWh당 68.9원에서 지난해 94.3원으로 37% 늘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줄인 영향도 있다. 석탄 사용이 줄며 발전 단가가 비싼 LNG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연료원별 발전 단가는 원전이 kWh당 61.5원, LNG 206.2원, 유연탄 135.5원 등이다.
탈원전 및 석탄발전 감축 정책이 적자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에 따르면 원전 연평균 이용률은 2012~2016년 81.6%에서 2017~2021년 71.5%로 줄었다. 7일 에교협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줄어든 원전과 석탄 발전량을 값비싼 LNG가 대체했기 때문”이라며 “2016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유지했다면 5년 간 10조2000억 원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한전의 매출액(60조5748억 원)은 전년 대비 3.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회복되며 전력판매량은 4.7% 증가했지만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결국 전기판매수익은 2.7%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가 더 문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8일 ‘한국전력-적자폭 확대는 전력가격 인상 압력’ 리포트에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2조8020억 원 적자를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80달러일 때를 가정한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원전을 더 짓고, 독일은 석탄 발전을 다시 늘리며 탄소중립을 원래 계획보다 늦추고 있다”며 “한국도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전기요금으로 감당할 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