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AP/뉴시스
“1980년대 소련은 약해졌고 붕괴됐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세상 힘의 균형이 깨졌다. 이전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 붕괴로 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22년간 내내 옛 소련 부활을 강조한 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이후 탈냉전으로 굳어진 세계 질서에 정면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 주요 도시 10여 곳 동시다발 공격
돈바스 위치도 - 구글 갈무리
그 직후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북부와 동부, 남부 등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에워싸듯 수도 키에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오전 5시경 러시아군이 포병, 중화기, 소형무기 등으로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의 우크라이나 국경부대와 순찰대, 검문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도 이날 오전 7시경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러시아 지상군 군용 차량과 전차들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서 수도 키예프까지 최단 거리는 약 90km로 차로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10여 곳에서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등을 타격해 우크라이나 항공기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현지시각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대통령궁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폭격 모습. CNN은 해당 사진과 함께 “현장에 파견된 특파원들이 폭발음을 들었다”며 “키예프에는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2시)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했다. 사진출처 CNN홈페이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뉴욕타임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벨라루스 접경 도시 체르니이브 및 러시아와의 동부 국경선 맨위쪽에 자리한 카리키브를 노리고 들어오는 러시아 장갑차량의 선두부대를 일단 격퇴했다고 했다. 이미 교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앞서 DPR, LNR은 “노보로시야(신러시아연방) 탈환을 위한 ‘플랜Z’가 시작된다”며 러시아군사작전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부대 휘장 없이 하얀색 페인트로 ‘Z’ 마크를 표시한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 차량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미 정부도 키예프와 하르키프, 오데사 등이 공격 표적이라는 첩보를 공개했다.
‘Z’ 표시가 되어 있는 러시아 군 추정 호송차량.(트위터 갈무리) © 뉴스1
● 푸틴 “국제 규범은 서방만을 위한 것”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넘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 영향력 회복을 위한 패권 추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 나온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러시아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한다”며 “서방은 해마다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경우 미군 및 나토군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