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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소방관 격리 속출, 서울만 477명… “소방 셧다운 우려”

입력 | 2022-02-25 03:00:00

인력 6.5%가 코로나로 출근 못해…격리자 없는 소방서 25곳 중 ‘0’
일선 소방관 “쥐어짜기로 버텨”…전문가 “선제검사로 감염자 걸러야”




뉴스1

“하루 걸러 밤샘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동료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니 휴일에 쉬다가도 급히 출근해 현장에 나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서울의 일선 소방관 A 씨는 24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출동할 대원이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A 씨가 일하는 소방서는 원래 3개조가 주간근무 야간근무 휴무 식으로 교대 근무를 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2개조가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1개조 인원도 30여 명에서 20여 명으로 대폭 줄었다. 최근 대원들이 잇달아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된 탓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사회 필수 기능인 소방의 ‘셧다운(작동 중지)’ 사태가 목전에 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일선 소방서를 포함한 전체 직원 약 7300명(소방학교와 종합방재센터는 제외) 가운데 확진자 185명을 포함해 총 477명이 코로나19 때문에 격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자 중 365명(76.5%)은 현장 출동 대원이었다. 화재진압대원이 2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위중증 환자 이송 업무를 겸하는 구급대원이 96명, 평시 각종 출동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대원이 66명이었다.

서울 종로소방서의 경우 직원 305명 가운데 56명(18.4%)이 격리 상태였다. 5명 중 1명꼴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서울본부 산하 25개 소방서 중 격리자가 나오지 않은 소방서는 한 곳도 없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기능은 24시간 작동해야 하는 만큼 현장 출동 인력의 3분의 1 이상이 격리돼 2교대 근무조차 할 수 없게 되면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했다. 종로소방서의 경우 격리 인원이 지금의 두 배가 되면 독자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23일 “각 소방서 격리자 규모에 따라 인접 소방서에서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내근 직원 중 현장 경험이 있는 직원을 현장 출동 업무에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선 진압대원 B 씨는 “본부는 확진자 수를 보고하라고 독촉만 할 뿐 실제로는 소방서별로 인력을 쥐어짜며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지만 소방 내부에선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소방관을 며칠 동안 격리할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도 없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 내부 자료에 따르면 서초소방서 등 18곳은 자가 격리하도록 했지만 기간은 3∼7일로 제각각이었다. 관악소방서 등 6곳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음성인 직원은 격리 없이 출근하도록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회 필수 인력의 격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주 2회 이상 실시해 무증상 감염자를 미리 발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