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률 전망치 석달새 1.1%P 올려 “국제유가 상승세 예상보다 확대 수요 회복에 물가 상승압력 커져” 기준금리는 동결… 2분기에 올릴 듯
한국은행이 국제유가 급등세 등을 감안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이 된다.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대폭 높였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데다 물가도 치솟고 있어 2분기(4∼6월)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총재는 연내 2, 3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 “우크라이나 전면전 가면 물가 더 뛰어”
이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 민주화 시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2011년(4.0%) 이후 최고치로 치솟는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회복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확대돼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을 전제로 했다”고 설명했다.
급등하는 국제유가는 빠르게 국내 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3%대로 치솟았고 1월 생산자물가는 전달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8.7% 뛰었다. 유가에 민감한 전력·가스·수도 등은 2.4% 올라 12년 6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전망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반영되지 않아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총재는 “최악의 전면전으로 간다면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서방이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국내 생산과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연내 기준금리 1.75∼2.0%까지 오를 듯
그러면서도 “(현재의 1.25%에서 1.5%로) 한 차례 더 올려도 긴축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특히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0%로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3월 31일 임기를 끝내는 이 총재의 뒤를 이어 신임 총재가 취임한 뒤 2분기경 금통위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연준이 3월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어 2분기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 충격이 예상되는데 금리까지 올리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점은 변수”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높긴 하지만 수출 호조,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에 힘입어 잠재 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