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번 중 23개나 돼 MLB 최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안방구장 양키스타디움의 실외박물관인 ‘모뉴먼트파크’ 풍경(아래쪽 사진). 양키스에서만 월드시리즈 우승 4회, 올스타 4회 선정의 찬란한 시간을 보낸 폴 오닐(위쪽 사진)의 등번호 21번도 이 박물관에 붙게 됐다. AP 뉴시스·사진 출처 베이스볼라이프 홈페이지
“양키스 선수들은 곧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게 될 겁니다.”
23일 메이저리그(MLB) 대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의 트위터 계정에는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2001년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폴 오닐(59)의 등번호 21번을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1985년 신시내티에서 데뷔한 오닐은 1993년부터 양키스에서 뛰었다. 이후 2001년까지 9년간 타율 0.303, 185홈런, 858타점 등을 남겼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동안 총 네 차례(1996, 1998, 1999, 2000년)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올스타로도 네 차례 선정됐다. 현역 시절 강한 어깨로 팬들에게 ‘전사(the warrio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1년 마지막 안방경기(애리조나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 당시 9회초 수비에 나서자 양키스 팬들이 오닐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곤 한다.
실제로 양키스에서는 1∼9번이 모두 영구결번이라 한 자릿수 등번호를 달 수 없다. 이 밖에도 영구결번 중 숫자가 가장 높은 버니 윌리엄스(54)의 51번까지 빽빽하게 자리가 차면서 현역 선수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 팬은 “2050년에 선수들이 ‘3.5’나 ‘.061’ 같은 등번호를 달게 될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양키스 팬 커뮤니티 ‘핀스트라이프앨리’에는 한 자릿수 숫자 앞에 0을 붙여 ‘01’ 식으로 등번호를 달자는 아이디어도 게시됐다.
자격 논란도 불붙었다. 한 팬은 “오닐을 사랑하지만 그를 (MLB의 전설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요기 베라 등과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없다”며 영구결번에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데다 타 팀에서 뛴 적이 있는 오닐에게 영구결번을 주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등번호로 달 수 있는 숫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영구결번 외에 선수의 명예를 기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닐의 영구결번 행사는 8월 22일 토론토와의 안방경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반면 KBO리그는 영구결번에 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도록 전체 10개 구단에서 지정된 영구결번은 총 15명이다. 구단별로는 한화가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에 이어 지난해 포함된 김태균(52번)까지 가장 많은 4명의 영구결번을 보유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