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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한 양키스 영구결번… “이러다 ‘3자리 등번호’ 나올라”

입력 | 2022-02-25 03:00:00

1∼51번 중 23개나 돼 MLB 최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안방구장 양키스타디움의 실외박물관인 ‘모뉴먼트파크’ 풍경(아래쪽 사진). 양키스에서만 월드시리즈 우승 4회, 올스타 4회 선정의 찬란한 시간을 보낸 폴 오닐(위쪽 사진)의 등번호 21번도 이 박물관에 붙게 됐다. AP 뉴시스·사진 출처 베이스볼라이프 홈페이지


“양키스 선수들은 곧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게 될 겁니다.”

23일 메이저리그(MLB) 대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의 트위터 계정에는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2001년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폴 오닐(59)의 등번호 21번을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1985년 신시내티에서 데뷔한 오닐은 1993년부터 양키스에서 뛰었다. 이후 2001년까지 9년간 타율 0.303, 185홈런, 858타점 등을 남겼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동안 총 네 차례(1996, 1998, 1999, 2000년)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올스타로도 네 차례 선정됐다. 현역 시절 강한 어깨로 팬들에게 ‘전사(the warrio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1년 마지막 안방경기(애리조나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 당시 9회초 수비에 나서자 양키스 팬들이 오닐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은 여전히 회자되곤 한다.

이처럼 팬들의 사랑을 받은 오닐의 영구결번 소식에 난데없는 댓글이 달린 건 양키스의 영구결번이 지나치게 많다는 팬들의 불만 때문이다. 2017년 5월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8)에 이어 5년 만에 오닐이 추가되면서 양키스의 영구결번은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3명이 됐다. 2위 세인트루이스(13명)와도 제법 차이가 난다.

실제로 양키스에서는 1∼9번이 모두 영구결번이라 한 자릿수 등번호를 달 수 없다. 이 밖에도 영구결번 중 숫자가 가장 높은 버니 윌리엄스(54)의 51번까지 빽빽하게 자리가 차면서 현역 선수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 팬은 “2050년에 선수들이 ‘3.5’나 ‘.061’ 같은 등번호를 달게 될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양키스 팬 커뮤니티 ‘핀스트라이프앨리’에는 한 자릿수 숫자 앞에 0을 붙여 ‘01’ 식으로 등번호를 달자는 아이디어도 게시됐다.

자격 논란도 불붙었다. 한 팬은 “오닐을 사랑하지만 그를 (MLB의 전설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요기 베라 등과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없다”며 영구결번에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데다 타 팀에서 뛴 적이 있는 오닐에게 영구결번을 주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등번호로 달 수 있는 숫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영구결번 외에 선수의 명예를 기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닐의 영구결번 행사는 8월 22일 토론토와의 안방경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반면 KBO리그는 영구결번에 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도록 전체 10개 구단에서 지정된 영구결번은 총 15명이다. 구단별로는 한화가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에 이어 지난해 포함된 김태균(52번)까지 가장 많은 4명의 영구결번을 보유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