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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유럽 관문 전략 요충지… 친서방 기울자 러 “용납 못해”

입력 | 2022-02-25 03:00:00

[러, 우크라 침공]러 가스관 우크라 거쳐 유럽행
서방 vs 러 치열한 영향력 다툼
푸틴 “점령 안한다”면서 항복 겁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오전 5시 45분(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명령한 긴급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공격이 임박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하고 비(非)나치화해 유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나치 독일에 비유하며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분쟁 중인 돈바스를 구실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은 즉각 무기를 버리고 돌아가라”고 위협했다. 군사적으로 점령하지 않는다면서 항복을 겁박한 것이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요구를 무시하며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확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희망하지만 서방에서도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나토의 우크라이나 동진(東進)을 침공 이유로 주장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피오나 힐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은 뉴욕타임스에 “푸틴은 임기 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궤도 안으로 돌려놓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1년 소련 붕괴를 ‘금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재앙’으로 평가할 만큼 소련, 더 나아가 ‘러시아 제국’ 복원을 공공연히 꿈꿔 왔다. 그는 21일 TV 연설에서도 소련 붕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원래 국가가 아니었으며, 러시아와 역사 및 뿌리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족적, 심리적 요인에 더해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관 대부분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라서 러시아 영향권 아래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는 가스관은 해저를 통과하는 노르트스트림1, 2뿐인데 독일은 최근 러시아 제재의 하나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가 자유민주주의를 100% 흡수하게 되면 옛 소련 국가들 단합에 균열을 일으키고 러시아 내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도 우크라이나 압박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데온 리치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러시아가 옛 소련 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 선거가 치러지고 시민사회가 작동하는 등 민주화가 강해진 것”을 꼽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