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DG 발매한 교향곡 1, 3번 BBC ‘올해의 음반’ 선정 등 화제
최근 잇따라 음반이 발매되며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미국 흑인 여성 작곡가 플로렌스 프라이스. 동아일보DB
흑인 여성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교향곡 4곡을 비롯한 대작들을 만든 미국 작곡가 플로렌스 프라이스(1887∼1953)의 작품들이 뒤늦게 조명을 받고 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음악감독 야니크 네제세갱이 지휘한 프라이스의 교향곡 1, 3번 앨범을 지난달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발매했다. 이 음반은 발매 즉시 클래식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의 ‘이달의 음반’, 프레스토 ‘편집자의 선택’과 BBC 라디오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됐다. BBC 뮤직 매거진은 “섬세한 디테일을 갖춘 프라이스의 만화경 같은 관현악을 잘 살려냈다”고 평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존 제터가 지휘하는 오스트리아 빈 ORF 방송 교향악단이 프라이스의 교향곡 3번을 세계 최초로 녹음 발매했다.
프라이스는 아칸소주 리틀록의 치과의사 아버지와 음악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15세 때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오르간과 피아노 전공으로 입학했지만 미국 흑인에 대한 차별을 피하기 위해 고향을 ‘멕시코 푸에블로’로 기재해야 했다.
세상을 떠난 뒤 잊혀지다시피 한 프라이스가 다시 조명을 받은 것은 2009년. 그가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던 빈 집에서 수많은 악보와 논문이 나왔다. 바이올린 협주곡 2곡과 교향곡 4번도 처음 발견됐다. 9년 뒤인 2018년, 악보출판사 셔머가 프라이스의 악보 전체에 대한 판권을 사들였고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새 음반들에서 프라이스는 미국 흑인 특유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남부 시골의 흑인음악 요소와 시카고의 도회적 느낌이 한데 어울린다. 처음 들어도 매우 이해하기 쉬우며 한국인의 심성에도 맞아들 법한 소박함과 흥겨움이 넘쳐난다. 교향곡 1, 3번의 3악장에는 ‘주바’라는 흑인 춤 이름이 붙어 있다.
이달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가 독집앨범 ‘아메리카’에 프라이스의 바이올린 곡 ‘경모(adoration)’를 거슈윈 번스타인 코플런드 등의 작품과 함께 수록했다. 프라이스가 쓴 교향곡의 느린 악장들과 비슷한 명상적인 분위기와 소박한 사색의 세계가 펼쳐진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