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을 점령했다고 우크라 정부가 밝혔다. 현재 원전, 핵폐기물 시설의 정확한 상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설이 훼손될 경우 대규모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우크라군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포돌랴크 비서실장은 “현재 체르노빌이 안전한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유럽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우크라 동남북 3면에서 군사 행동을 개시한 러시아는 빠르게 우크라 안쪽으로 진격하고 있다. 특히 북쪽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서 우크라 수도 키예프 쪽으로 진군하면서 직선 경로에 있던 체르노빌을 장악했다.
점령 소식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출입금지 지역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얼마 안 돼 전해졌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인 체르노빌을 점령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유럽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1986년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방위군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체르노벨은 수도 키예프 북쪽에 위치해 있다. 1986년 4월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된 곳이다. 사고 이후 시멘트 구조물로 사고 원전을 덮어 방사능 유출을 막고 있으며 인근 지역을 ‘죽음의 구역’으로 지정하고 접근을 막고 있다.
체르노빌은 벨라루스에서 우크라 수도 키예프 직선 경로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군의 한 축이 키예프로 진격하고 있다며 이번 침공의 목표는 우크라 정부 전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키예프는 공습 경보를 발령하고 시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오후 10시~오전 7시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공황에 빠진 우크라 시민들의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면서 도로 수십㎞가 마비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