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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과 한몸된 김범 “스스로 믿음 가졌죠”

입력 | 2022-02-25 08:18:00


탤런트 김범(33)은 정지훈(40)과 한 몸이 되려고 노력했다. 22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빙의하는 캐릭터를 맡아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촬영이 없을 때도 정지훈을 계속 관찰했다. 걸음걸이부터 서 있을 때 모습, 말투, 제스처까지 몰래 보며 따라했다. 1인2역이 아니라 ‘2인1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촬영하는 7~8개월 동안 지훈 형과 거의 매일 만났다.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함께 했다”며 “가족보다 얼굴을 많이 마주했다”고 돌아봤다.

이 드라마는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몸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범은 ‘금수저’에 사명감 없는 레지던트 ‘고승탁’을 맡았다. 신들린 의술을 지닌 흉부의과 전문의 ‘차영민’(정지훈)에 빙의했다. 정지훈이 코미디를 잘해 소통이 잘됐고,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둘이 만든 캐릭터라서 더 재미있었다”고 하는 이유다.

“빙의된 승탁은 겉모습이 나고, 영민 형이 들어와서 만든 캐릭터지만 1인2역이 아니라 2인1역이라고 생각했다. 승탁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을 때 구부정하고, 손을 닿는 것도 극도로 예민해 웅크려있다. 차영민에 빙의됐을 때는 의사 가운을 제치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깨도 피고 자신감이 가득 차있다. 걸음걸이는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참고해 따라했다. 사람들이 얘기할 때 쉬는 부분도 다른데, 지훈 형이 어디를 띄어서 말하는지 보고 연기했다.”

이번이 첫 의학 드라마다. 수술하는 신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욕심도 냈지만, “처음으로 ‘흉내조차 못 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도 대역 쓰는 걸 안 좋아한다. 액션도 웬만하면 내가 하는 편”이라며 “수술 장면을 대역 없이 하고 싶어서 촬영 전 대학병원 교수님과 인터뷰하고 실습도 배웠다. 코로나19 시국이라서 병원에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한 두 달 만에 늘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촬영할 때는 실제 의료진 힘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전작 ‘로스쿨’(2021)은 법정물, 고스트닥터는 의학물에 판타지 소재까지 섞여 힘든 점도 많았을 터다. “둘 다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라며 “법률 용어는 한자가 많고, 의학 용어는 영어가 많다. 두 작품 모두 100% 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 최대한 용어를 이해하고 대사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고스트닥터는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가벼운 매력이 있다”고 짚었다. 승탁처럼 누군가 몸에 들어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할 법한데, “앞으로 빙의 (소재 작품은) 안 하기로 했다.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는데, 장르적 특성상 기존 드라마보다 촬영 분량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 예능에서 ‘뿅’ 하면 사라졌다가 ‘뿅’ 하면 나타나지 않았느냐. 실제 드라마로 찍은 것 같다. 처음엔 민망하고, 스태프들이 날 보면서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진지함을 놓치는 순간 삼류코미디 될 것 같았다. 빙의해 차영민이 됐다가 다시 승탁이 되는 부분에서도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

고스트닥터는 1회 4.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는 8%로 막을 내렸다. 물론 시청률도 눈에 보이는 지표이기에 중요하지만, “영향을 받거나 일희일비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촬영할 때 시민들이 ‘우와~ 고스트닥터다’ ‘앞으로 어떻게 돼요?’라고 반응 할 때 더 표면적으로 (인기가) 와 닿았다. 어린 친구들이 초면에 다가와서 말을 걸고 사인도 받아가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이런 기분을 느껴봤다”고 덧붙였다.

연기하다 보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캐릭터 영향을 받아서 “비슷하게 변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승탁을 연기할 때는 “시청자 반응을 활용해 재미있게 장난 치고 싶었다”며 “인스타그램, 트위터, 커뮤니티 반응을 눈 여겨 봤다. 재미있게 봐주니 나도 신이 나더라. 혼자 캐릭터 연구할 때 ‘이렇게 해봐야지’ 했던 걸 알아봐 줘서 놀랐다”고 귀띔했다. “내 걸음걸이와 디즈니 캐릭터 그림을 붙여서 만든 게시물이 기억에 남는다”며 “상반된 부분 보여줬을 때 승탁과 영민 눈빛, 제스처도 다르게 봐줘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김범은 2006년 KBS 2TV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으로 데뷔했다. 다음 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불의 여신 정이’(2013) ‘미세스캅2’(2016) ‘구미호뎐’(2020) 등에 출연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약 15년 만에 코믹 연기를 선보여 반가워하는 이들이 많다. “시트콤에서 한 코미디보다 만화같은 느낌이 많았다. 오랜만에 해서 재미있었다”며 “내가 가진 밝고 우스꽝스러운 부분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코미디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많은 자리에서 난 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승탁을 연기하면서 내 안에 있던 동적이고 밝은 부분을 찾았다”며 “평상시 웃지 않고 우울한 건 아닌데, 항상 차분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승탁이를 연기하면서 장난을 치고 ‘항상 웃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면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아직도 김범을 거침없이 하이킥 속 밝고 엉뚱한 인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항상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려고 하지만, 스스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일까?’ 고민한다. 데뷔한 지 16년이 흘렀는데 풀지 못한 고민도 있다.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작품 고민, 부담감은 누구나 있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아직까지 ‘작품 끝난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한다. 이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을 못했다. 이후로도 계속 답을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 지금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