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이런 푸틴에게 타격을 가해 나쁜 행동을 더이상 하지 못하도록 할 방법이 있을까?
지금 서방은 유례없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한다며 바쁘게 움직이지만 자국에도 타격이 될 수 있는 경제제재를 미세조정하는데도 여념이 없다. ‘솜밤망이 제재’가 될 우려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의 경제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24일(현지시간) “은닉된 자금이 푸틴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칼럼 요약이다.
서방이 충분한 의지만 있다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내부의 부패고리를 끊어낼 용의가 있다면 그렇다.
기존 방식의 제재만으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푸틴 체제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는 큰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다. 파이프라인 협상은 중단되고 외국의 투자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마구 법의 통치를 짓밟은 독재자를 장기적으로 제재할 결의를 가진 나라가 얼마나 될까.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년이 걸려야 할텐데 말이다.
무역제재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미국보다 러시아와 더 많은 교역을 하는 유럽의 한계다. 유럽인들은 불행하게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해 스스로를 무장해제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경우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난이 심해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입중단은 가능하다. 현대 선진 경제국들은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국들이 그런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대시할까. 이탈리아는 러시아 상류층이 선호하는 사치품을 제재목록에서 빼길 원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전세계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푸틴 체제를 압박할 수 있는 또다른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푸틴 측근들의 막대한 해외 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 부호들이 보유한 요트, 스포츠 브랜드, 여러 나라에 보유한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주택 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에는 러시아 자금이 너무 많아서 알부에선 “런던그라드(Londongrad)”로 부르기도 한다.
필립 노보크멘트, 토마스 피케티, 가브리엘 주크먼에 따르면 러시아는 1990년대 초 이후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해왔다. 이에 따라 해외에 보유한 자산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통계에 나타난 러시아의 해외 자산은 해외 부채보다 조금 많은 정도다. 어째서 그럴까? 러시아 부호들이 막대한 돈을 횡령해 해외에 은닉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노보크멘트 등은 2015년 러시아 부호들의 해외 은닉자산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20조달러(약 240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주크먼이 공동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러시아 최고위층이 보유한 부의 대부분이 해외에 있다고 한다. 이는 서방이 활용할 수 있는 러시아의 커다란 약점이다.
우리는 푸틴 체제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럴 의지가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두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선 경제계와 정치계의 상당수 인사들이 러시아 도둑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이 특히 두드러진다. 둘째 자금을 세탁하는 모든 당사자들을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러시아 자금만 세탁하는 걸 추적할 방법이 없다. 러시아 재벌들은 자금세탁에서 세계 최고여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전세계 대부호들은 누구나 해외에 숨겨진 계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푸틴의 최대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서방 내부의 부패를 파헤치고 극복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세계가 이런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달 뒤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