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파죽지세 러, 키예프 인근서 거센 저항 직면…137명 사망·10만명 피란

입력 | 2022-02-25 12:52:00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 9시간여 만에 수도 키예프 북부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해 주요시설을 점령했다. 각지에서 공습과 교전이 지속되며 우크라이나 측 사망자 수도 100명을 넘어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국 군인 최소 137명이 숨지고 316명이 부상했다고 알렸다. 그는 국가 총동원령을 선포하며 60세 이하 성인 남성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사보타주 단체가 키예프로 진입했다며 적군이 본인을 1번 목표물을 삼아 국가 원수를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참수(decapitate)하고 자신들의 통치체제를 수립하려 한다며 경종을 울렸다.

◇러시아, 74개 군시설 타격하고 체르노빌 점령

25일 새벽 4시40분 전후로 러시아는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자문관은 자신의 텔레그렘을 통해 “두 번의 강력한 폭발을 들었다”며 “순항·탄도미사일과 함께 키예프 공격이 방금 재개됐다”고 말했다. CNN은 키예프 중심부에서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시설 74개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여기에 11개의 공군기지, 3개의 지휘소, 해군기지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침공 이후 16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75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것으로 확인했다. 유엔 협약상 금지된 무기인 ‘집속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공격하고 남은 잔해를 분석한 결과 집속탄두를 장착한 고체연료 미사일 ‘토치카’의 잔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키예프 북부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까지 벨라루스를 통해 북쪽으로 진입한 러시아 군에 의해 점령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러시아의 공격으로 새로운 방사능 누출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군이 발전소 직원들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격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핵폐기물 시설 유지와 보호에 필요한 일반 공무원들의 노력을 뒤엎을 수 있는 불법적이고 위험한 인질극은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키예프 남부에서는 14명을 태운 군용기가 추락해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고는 키예프 주변 여러 지역이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키예프 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우크라, 예상 외로 거센 저항…장기전 될 수도

러시아 군은 속전속결을 노리고 우크라이나의 동·남·북 3면을 통해 중심부로 진격했으나 예상보다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키예프 북부 호스토멜 전략공군기지를 놓고 치열한 교전이 이어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는 러시아 군이 동부와 남부 지역에 비해 북부에서 더 많은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치명적인 위협 프로젝트의 프레데릭 카간 소장은 러시아 병력이 수도 키예프 포위 및 하르키우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 큰 저항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하르키우는 키예프에 이어 2번째로 큰 도시다.

군사 정보 기업 제인스 또한 러시아의 일부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군의 매복 공격을 받은 사진을 공개하며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장기전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오래 버틸수록 현재 공세가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N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 의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러시아가 예상보다 큰 저항에 직면했다며 “이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 하루만에 피란민 10만명

유엔난민기구는 전쟁 하루만에 폴란드나 몰도바, 루마니아 등 국외로 빠져나간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숫자가 약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에 총성과 폭발음이 터져나오자 주민들은 생필품을 한가득 챙겨 피란길에 올랐다. 이후 우크라이나 육로는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일제히 마비됐다.

헝가리와 접경 지역인 서부 오데사의 국경 루잔카 교차로에는 피란 차량 수백대가 6시간이 넘도록 2㎞ 이상 줄지어 서 있었다.

국제 구호단체인 적십자는 러시아를 향해 수도와 전력 등 민간인을 위한 주요 기반시설은 공격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십자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400명,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총 600명의 구호 요원들을 파견했다. 이 단체는 주말동안 발생한 포격으로 약 100만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은 도네츠크 지역의 양수장 2곳을 복구하는 일을 돕고 있다.

◇세계 각국 러시아 제재 동참

미국과 영국 등에 이어 세계 각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25일 오전 러시아에 대해 금융, 에너지, 운송 분야를 겨냥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3일 채택한 소규모 조치들에 뒤이어 나온 것으로, 늦어도 오는 26일 발효된다.

EU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금융 분야, 에너지 및 운송 분야, 이중 사용 상품과 수출입 금융, 비자 정책 등을 포괄하고 있다”며 “EU 회원국 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리스트에 러시아 개인들을 더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하겠다면서 동참 의사를 밝혔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은 러시아의 침략을 강하게 규탄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지난 2년간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는 대만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보았다.

호주가 러시아의 엘리트들과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더 많은 제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호주는 러시아를 상대로 고위층 제재, 여행 금지, 금융 제재 등을 단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와 대형은행 차단 등이 포함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안에는 Δ러시아의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 제한 Δ러시아 군대의 자금조달과 증강을 위한 능력 차단 ΔVTB 등 총 1조 달러(약 1204조원) 자산을 보유한 러시아 대형은행들 제재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혹한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을 최대화하고 미국 및 동맹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같은 제재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