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훈련병 “격리 중이라고 화상 방치…본인 자식이어도 이럴 건가”

제보자가 공개한 사진.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육군훈련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격리 중인 훈련병이 화상을 입었음에도 적절한 치료 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5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훈련병이라고 밝힌 제보자 A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 씨는 21일 오전 8시경 샤워장에서 양치를 하던 중 샤워기 헤드와 호스를 연결하는 부분이 터져 왼쪽 팔과 배 부분에 화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격리시설이라 얼음팩이 없다는 이유로 A 씨는 한 분대장(조교)이 건네준 연고를 화상 부위에 바르고 음료 캔을 대고 있었다고 한다.

화상 부위의 통증이 심해지고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A 씨는 유선진료, 구급차 이용 등을 분대장에게 물어봤지만 “유선진료 인원이 많아 시간이 걸린다”, “격리 중이라 2차 PCR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못나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상처 부위에서 진물까지 흐르자 A 씨는 소대장에게 직접 치료 의사를 밝혔고 당일 오후 8시경 구급차를 타고 육군훈련소 지구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군의관은 “너무 늦게 왔다. 얼음팩을 대고 있었으면 심하게 번지지 않았을 거 같다”며 “격리 해제되자마자 국군대전병원 성형외과로 가라” 말했다고 한다.

다음날 A 씨는 방어복(방호복)을 입고 소대장의 차를 이용해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으로 이동해 일반외과 진료를 받았고 그곳에서도 “국군대전병원으로 최대한 빨리 가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제보자가 공개한 사진.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A 씨는 “제가 화가 나는 것은 분대장이 임의로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방어복을 착용한 채 소대장님 차를 이용하면 2차 PCR 결과에 상관없이 육군 훈련소 지구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입대 전 음성, 1차 결과 음성이 나온 상태로도 충분히 자가용, 도보로도 지구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지금 늦은 대처와 치료로 결국 왼쪽 팔과 배에 화상 자국이 크게 남은 것뿐만 아니라 화상 부위의 감각이 무뎌진 상태”라며 “본인 혹은 본인의 친구, 자식이 다쳤어도 얼음물 하나 던져주고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훈련소 측은 “화상과 치료 지연으로 심적·육체적 상처를 입은 훈련병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해당 훈련병의 조속한 쾌유와 회복을 위한 치료 안내 및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기간장병 대상 의료지원정차를 재교육하는 등 장병이 적시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