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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의 주권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지정학적 질서 전체를 훼손한다.”
유럽 안보 전문가 요하네스 바르비크 독일 할레대 교수는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DW는 24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하면서 군사력에 의해 정치적 관계가 결정되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 냉전시대처럼 블록(bloc) 간의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으로 돌아왔다. 서방의 블록 경계선이 동쪽으로 좀더 이동한 것만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나토와 유럽연합이 동유럽까지 전개된 점을 제외하고는 냉전시대로 회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침공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하고 중간에 위치한 국가들의 상황이 난처해졌다고 보고 있다.
라파엘 로스 유럽외교위원회(ECFR) 안보정책 전문가는 이런 중간지대의 국가들에서 1990년 이후의 질서가 무너졌다고 봤다. 그는 “중간지대에서 나토와 EU의 영향력이 시험받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제는 동맹에 속하지 않은 나라들과의 지지를 얻는 것보다는, 이미 동맹에 속한 나라들을 어떻게 방어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의식하는 유럽,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될 것”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경계선 밖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제 루마니아에서 불가리아에 이르는 나토 회원국들을 보호하는 게 문제다. 그래도 이들은 나토 회원국이기에 상황이 더 낫고, 러시아가 공격을 해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존의 평화 속에서 나토와 유럽연합은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고, 외부에 있는 국가들과도 에너지망 협력 등을 통해 같은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EU와 나토는 더 이상 동쪽 경계선 밖에 있는 나라에 선뜻 관여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로스는 평가했다. 실제로 나토와 EU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병력을 전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안보 약속이 얼마나 믿을만한가”
DW는 러시아의 국제질서 도발이 우크라이나와 일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역에도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스는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에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시험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지역의 동맹들이 시험대에 오르고 새로운 역내 군비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동맹 구조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하면 크렘린궁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된다”며 안보 압력으로 인해 핵 무장에 관심을 보이는 나라가 증가하면 지역 안보 관계에 2차, 3차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로스는 “예를 들어 만일 터키가 (핵 개발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다면 그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