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최신 공정인 ‘인텔 7’이 적용된 모바일 12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지난 23일 전 세계 동시 출시됐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2022(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공개된 이후 두 달만이다.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는 성능 및 생산성 위주의 P 시리즈, 초경량 및 고효율 중심의 U 시리즈로 나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에이수스, HP, MSI, 레노버, 델 등 전 세계 제조사가 3월부터 250개 이상의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 노트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인텔의 고효율 노트북 인증인 ‘인텔 이보(Intel Evo)’도 새로운 기준 및 폼팩터가 적용된다. 인텔은 올해 안에 12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를 탑재한 최초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및 노트북 등 100개 이상의 인텔 이보 인증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와이파이 6E, DDR5 등 최신 기술 지원해
인텔 12세대 코어 P 시리즈 프로세서 그래픽. 제공=인텔코리아
이번에 공개된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열 설계 전력(TDP) 45W로 제조된 코어 H 시리즈 (코드명:엘더레이크-H)와 28W의 P 시리즈, 15W 및 9W로 각각 나뉘는 U 시리즈로 구분된다. 또한 데스크톱 및 H 시리즈 프로세서에서 적용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연산 처리 단위인 코어가 성능 코어(Performance Core)와 효율 코어(Efficient Core)로 나뉘어서 동작한다. 게임이나 3D 작업 등 성능이 필요한 조건에서는 성능 코어를 위주로 한 동작이 반영되고, 배터리 안배나 문서 작업 등 저전력으로도 충분한 경우에는 효율 코어 위주로 동작하는 게 특징이다.
P 시리즈 프로세서에 적용된 핵심 기능 정리. 출처=인텔
기능 면에서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해 3D 렌더링 성능 최대 50% 증가한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을 탑재하며, 다중 연결 인터페이스인 썬더볼트 4와 PCIe 4세대 저장장치, DDR4 및 DDR5 메모리를 지원한다. 썬더볼트 4는 28WP 시리즈와 15W U 시리즈가 4개, 9W U 시리즈가 2개까지 지원한다. 또한 전 라인업에서 최신 네트워크 환경인 와이파이 6E를 지원해 우수한 네트워크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P 시리즈는 FHD 해상도, 중간 옵션으로 GTA V를 약 82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출처=인텔
이번에 공개된 성능에 따르면, P 시리즈의 최상급 모델인 i7-1280P는 경쟁 제품 중 하나인 AMD 라이젠 7 5800U보다 약 70%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렌더링 성능은 코어 i9-11980HK와 M1 프로에 근접한 수준을 보여줄 정도로 비약적으로 향상됐으며, 인텔 11세대 코어 i7-1195G7과 비교해 웹 브라우징이 17%, 사진 편집 성능이 약 30% 향상됐다. 게임 성능도 내장 그래픽으로는 크게 향상돼, FHD(1920x1080) 해상도에서 중간 옵션 설정으로 GTA V가 82프레임, 리프트브레이커가 65프레임으로 동작한다. 고성능 설정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가 115프레임, 로켓 리그를 81프레임 정도로 즐길 수 있다.
인텔, 세분화된 라인업으로 시장 공략 나서
12세대 인텔 코어 i9-12900HK 모바일 프로세서가 탑재된 ‘MSI 레이더 GE76’. 출처=IT동아
인텔 12세대 코어 시리즈의 핵심은 용도에 맞게 세분화된 라인업이다. 이번 발표에 앞서 먼저 공개된 H 시리즈는 노트북으로 휴대할 수 있는 제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해 게이밍 노트북, 워크스테이션 등 고성능 작업이 요구되는 제품에 탑재된다. 인텔 코어 i9-12900H·HK,.i7-12700H, i5-12500H가 H 시리즈 노트북이며, 고성능을 요구하는 만큼 제품 자체가 보통 2~2.8Kg 이상으로 무겁고,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탑재해 가격대가 높은 게 특징이다.
12세대 P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델 XPS 13 플러스. 출처=델 테크놀로지스
P 시리즈는 우수한 성능에도 1.2~1.8kg 이내의 가벼운 무게로 제작된 업무용 노트북, 프리미엄 급 노트북 등을 위한 제품이다. 45W 수준은 아니지만 사진 및 영상 편집, 혹은 3D 렌더링 시연 등의 작업이 필요한 사용자에게 딱 맞는 라인이다. P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등장하는 중간 라인업으로, 이전에 28W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인텔의 초소형 컴퓨터 라인업인 NUC 일부와 2020년 출시한 맥북 프로 16형 정도다.
프로세서 구성은 최소 2개의 성능 코어 및 8개의 효율 코어로 구성된 10코어 12스레드 구성의 i3부터 6개의 성능 코어 및 8개의 효율 코어로 구성된 14코어 20스레드 구성의 i7-1280P까지 총 여섯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3월 중 출시될 노트북 중 인텔 코어 i7-1280P, i5-1250P, i3-1220P 등 프로세서 뒷자리에 P가 붙은 제품이 P 시리즈 프로세서다. 이전에 활용하던 고성능 H 시리즈 노트북은 너무 무겁고, 경량형 U 시리즈 노트북으로는 성능이 부족하다면 P 시리즈를 선택하면 된다.
12세대 U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 10세대. 출처=레노버
U 시리즈는 태블릿 피씨부터 1.5kg 이내의 초경량 노트북을 위한 프로세서다. 열 설계 전력은 15W, 9W로 H 및 P 시리즈와 비교해 낮지만, 그만큼 발생하는 열이 작아 노트북을 얇고 가볍게 제조할 수 있고, 전력 소모량도 적어서 배터리 효율도 뛰어나다. 흔히 구매하는 삼성 갤럭시북 프로, LG 그램 시리즈가 U 시리즈의 15W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제품이다. 항상 휴대하면서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제품을 찾는다면 U 시리즈의 15W를 선택하면 되고, 태블릿 수준으로 더 가벼운 제품을 찾는다면 9W가 탑재된 제품 위주로 찾으면 된다.
쉽게 고르는 고성능 노트북의 기준, 인텔 이보
인텔 이보 로고 및 vPRO 로고. 출처=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인텔의 노트북 인증 과정인 인텔 이보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3세대 인텔 이보는 ▲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 와이파이 6E ▲액세스포인트(AP) 활용시 중요한 작업에 대역폭을 우선 할당하는 인텔 커넥티비니 퍼포먼스 스위트 ▲ 음성 녹음 시 주변의 소음을 줄이는 기능 ▲ FHD 이상의 카메라 화질 ▲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켜지거나 대기 화면으로 설정되는 인텔 비주얼 센싱 컨트롤러 등의 기술이 적용돼있어야 한다.
기술 면에서는 2세대 인텔 이보의 기능을 강화했다. 배터리 수명은 영상이나 화상회의, 문서 작업 및 미디어 스트리밍 등 실제 활용 시 연속 9시간 이상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대기 모드에서 즉시 깨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 이하여야 한다. 또 30분 충전으로 4시간 연속 사용하는 고속 충전도 지원해야 한다. 12세대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노트북 중 인텔 이보 인증이 있다면 앞서 소개된 모든 기능을 충족하는 제품이다.
이와 함께 인텔은 인텔 이보가 적용된 컴퓨터를 위한 썬더볼트 및 블루투스용 파트너 프로그램을 함께 공개했으며, 향후 도래할 폴더블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인텔 이보 인증도 함께 제안한다. 폴더블 노트북용 인텔 이보는 16인치 QHD(2560x1440) 해상도 이상의 터치형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블루투스 키보드 등을 탈부착할 수 있는 요건 등이 포함된다. 미래형 노트북같지만, 이미 에이수스는 올해 2분기 중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젠북 17 폴드 OLED와 젠북 14 클램쉘 2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텔, 당분간 시장 독주 이어나갈 듯
모바일 시장에서 인텔의 시장 영향력은 이미 지배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가 분석한 노트북 출하량 집계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인텔의 점유율은 81.0%, 2021년 4분기 역시 78.4%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점유율이 소폭 감소한 이유는 지난해 1분기, 경쟁사인 AMD가 새로운 노트북용 APU를 공개하며 가격대 성능비 노트북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 1월 등장한 인텔 12세대 코어 H 시리즈가 게이밍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주도권을 확보했고,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 라인업을 P 시리즈 및 U 시리즈로 나누면서 보급형부터 워크스테이션에 이르는 다양한 노트북 시장을 모두 인텔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조만간 공개될 AMD 라이젠 6000 시리즈가 얼마나 분발하는가, 또 시장 사용자들이 어떤 활용도로 제품을 선택하는가에 달렸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