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옛 소련 국가로 러시아 압제에 신음한 역사를 지닌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역사 문화 정신을 공유한 불가분 관계”라며 침공을 정당화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자국에도 들이밀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발트 3국은 1991년 소련 붕괴 때 독립해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로부터 중장거리 미사일을 제공받아 독일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의 진격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고 중·동유럽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트비아도 거짓정보와 선전을 퍼뜨린다며 러시아 방송국 승인을 일시 중지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정상 긴급회의에서 “우리는 토론이나 하는 사치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리투아니아 외교부장관도 19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러시아와) 유럽의 전쟁이다. 여기서 저지당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더 치고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러시아의 발틱함대 본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가 다음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있는 러시아 땅이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교사 야뉴스 카즈라유스카스 씨(50)는 AP통신에 “우리 할아버지는 (소련 스탈린에 의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 당했고, 아버지는 KGB(소련국가보안위원회)에 처형당했다. 난 민주국가에 사는데도 보장된 건 없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