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수출 제한 조치 카드를 꺼내들며 국내 기업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수출입 기업들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업계는 이번 제재로 당장의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은 1.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반도체 소비량은 전 세계 시장의 0.1% 미만으로 추산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공장 자체가 많지 않아 수출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칠 영향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수출보다는 원자재 수급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네온과 크립톤 등 희귀가스 공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절반가량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30.7%를 우크라이나에서, 17.5%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네온 역시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 수입 비중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3개월 이상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구매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8원 내린 1201.6원에 마감했지만 이틀 연속 1200원을 웃돌았다. 확전 가능성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날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7.740까지 오르며 2020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피해기업에 무역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제재에 따라 피해를 보게 되는 국내 기업에 수출신용보증 무감액 연장, 보험금 신속보상·가지급 등을 바로 시행한다. 또 수출입 피해기업을 위해 필요할 경우 2조 원 규모의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출 기업 물류 확충, 거래선 전환, 무역보험 확대 등을 지원하는 무역안보반을 새로 구성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