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보건소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에게 보낸 금융정보 요구 문자. 서울시의 물품지원비 지원은 이미 종료돼 이달 17일 이후 확진된 이에겐 이 같은 문자가 발송되지 않는다. 독자 제공
서울시내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게 문자메시지로 계좌번호 등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이 같은 금융정보 요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경찰과 본보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물품지원비 지급을 위해 예금주와 은행명, 계좌번호를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확진자에게 발송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금융정보 수집 방식을 두고 보이스피싱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최근 역학조사관을 사칭하는 등 코로나19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구청은 자체 편성한 물품지원비 지급을 위해 25일까지도 확진자에게 금융정보를 문자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이미 자체 예산이 편성됐고,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보건소 직원이 일일이 전화로 금융정보를 수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4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구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줄 몰랐다”며 “다른 구에서도 해당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경찰 등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담당자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이스피싱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가장 좋은 보이스피싱 예방책은 신원이 불분명한 상대에게 개인정보, 금융정보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에선 문자나 전화로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는 대국민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공공기관 중 하나인 보건소가 문자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