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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년 중임제 개헌” “靑 해체”… 실행 로드맵 안 보이는 ‘말의 성찬’

입력 | 2022-02-26 00:00:00

선관위 2차 토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여야 대선 후보들이 어제 TV토론에서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는 “통합정부, 국민내각이 필요하다”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선거제도 개혁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는 “선거 앞두고 개헌 담론이 나오지만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며 대통령 권한 분산을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책임총리 책임장관제 보장, 심상정 후보는 총리 국회추천제와 다당제하의 책임연정 등을 내걸었다.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 청와대 정부, 내각 실종, 거수기 국회 등 한국 정치의 폐해를 지적할 때마다 제기돼 온 중요한 문제다. 역대 대선의 단골 주제이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며 분권과 협치의 제도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흥미로운 건 권력구조 문제가 이번 대선의 곁가지 이슈로 밀려났다가 선거 막판 뒤늦게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는 불투명한 대선 전망과도 맞물려 있다. 이 후보가 대선에 임박해서야 4년 중임제 개헌이나 결선투표제, 다당제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 총리 국회추천제 등을 들고나온 이유가 뭔가. 권력구조 개편 이슈를 안 후보나 심 후보 등을 겨냥한 연대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공약집에서 임기 1년 단축을 언급했지만 ‘여야 합의 개헌’이란 전제를 달았다.

윤 후보의 ‘청와대 해체 및 광화문 시대’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대통령실을 정예 참모 및 민관 합동위원회 체제로 개편하고 인원도 3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광화문 청사 이전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행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폐지도 공약했지만 공직후보자 검증 등 기존 업무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4년 중임제 개헌이나 청와대 해체 등은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이슈다. 그저 대선을 앞두고 다른 후보들과의 연대 수단이나 여론전 차원에서 던질 사안들이 아니다. 권력구조 개혁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실현 의지가 있는지 유권자들은 보고 있다.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으려면 남은 대선 기간 훨씬 더 세밀하고 정교한 실행 로드맵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