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의로운 민족/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옥창준 옮김/228쪽·2만 원·너머북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공산주의 독재체제 중국보다 일본을 더 견제하는 건 난센스다.”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민주평화론’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해 늘 의문을 제기한다. 지역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연대해 세력 균형을 추구하지 않는 건 현실주의 시각에서도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의 배경에는 당연히 ‘역사’라는 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수천 년에 걸친 중국과의 교류와 19세기 말 이후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 말이다.
전작 ‘냉전의 지구사’(에코리브르)로 세계적인 냉전사 연구자로 이름을 알린 저자는 이 책에서 한중 관계 600년을 돌아보며 양국 관계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목에도 나오는 의(義)는 수직적 질서를 통한 바름을 추구하는 성리학 개념으로 한중 관계에서 ‘복합 주권’을 낳았다는 것. 복합 주권이란 수직적 조공 질서로 종주국에 대한 예를 강조하되, 내치(內治)에서는 철저한 자주권을 보장받았음을 뜻한다. 이는 19세기 이전까지 수백 년에 걸쳐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온 핵심 요인이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옛 조공 질서로 절대 회귀할 수 없는 21세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무얼까. 저자는 중국인에 비해 청 제국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조선 엘리트들의 인식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무조건적 반중(反中) 혹은 반일(反日)을 넘어 이웃 국가들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닐까.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