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P, “갈수록 대형 화재 늘어난다” 경고 산불, 대기오염-생태계파괴-기후변화 가속화 한국 산불 발생 건수도 증가 추세
겨울철과 봄철 자주 발생하는 산불.
24일 기상청 특보 발령 현황
건조 특보는 건조주의보와 건조경보로 나뉘는데요.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35% 이하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건조경보는 이보다 더 습도가 적어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됩니다. 실효습도는 해당 지역 나무 나무들의 건조 상태를 반영해 산출합니다. 24일 기준으로는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와 경상 지역에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네요.
15~17일 발생한 강원 영덕 산불 진화 모습.산림청 제공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려 날씨가 건조한 겨울과 봄에는 산불이 자주 납니다. 어떻게 보면 계절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점점 더 지구가 뜨거워지고, 그로 인해 불이 더 크게 나는 것은 문제입니다. 더 강해지는 폭염, 그로 인해 더 기세를 끌어올리는 화재 등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전망입니다. 이미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도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 이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황”이라 진단한 바 있죠.
“대형 화재, 미래 환경 위협 될 것”
유엔 산하 유엔환경계획(UNEP)은 17일 ‘프론티어 2022(Frontiers 2022)’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4번 나온 이 보고서는 인수공통감염병 확산과 그로 인한 팬데믹 가능성,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등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들을 미리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소음과 대형 화재, 생태계 리듬 파괴가 앞으로 우리가 겪을 환경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프론티어 2022’ 보고서 표지
대형 화재는 우리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선 인명·재산 피해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인근 공기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킵니다. 불이 타면서 생성된 블랙카본과 이산화탄소 등 각종 오염물질이 연기를 타고 퍼지기 때문입니다.
또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호주 산불로 캥거루 등 기존에 살던 동식물들이 살 곳을 잃었다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화재로 사라진 생태계는 온전히 회복되는 데 수십 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화재 규모와 빈도를 표현한 그래픽. 색이 크고 강할수록 화재 규모와 빈도가 잦다. 1970년대에 비해 2020년대 들어 화재가 강해지고 발생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가뭄은 더 심해지고, 그로 인한 화재는 더 강해지는 것. 기후변화로 이와 같은 이상기후현상들은 앞으로 더 잦아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가뭄 정도를 나타낸 지도. 미국 남부 지방일수록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산불 위험도도 증가 추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4737건. 이로 인해 사라진 산림은 1만1195㏊ 규모입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 약 30개가 사라진 셈입니다.
2011~2020년 산불 발생 건수 및 피해 면적.
산불 위험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온도입니다. 월 평균 온도가 산불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합니다. 월 평균 온도가 1.5도 올라가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2도 올라가면 13.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2000~2020년)와 1980년대(1980~2000년)를 비교해 산불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3월이 가장 색이 진하다.
겨울이 끝나가지만, 가뭄과 산불에 대해 안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의 58%가 봄에 집중돼있어서입니다. 특히나 2017년 이후에는 해마다 봄에 100ha 이상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2017년 강릉·삼척 산불(5월), 2018년 고성 산불(3월), 2019년 고성·강릉·인제 산불(4월)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산불 발생 원인.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