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의 지성 이어령 박사님 별세 소식을 접하고 하얗게 비어가는 가슴의 속살을 움켜쥐었다. 향년 89세의 삶으로 떠나신 박사님이 팔순을 맞았을 때 중앙일보 상임고문으로 계셨다”고 적었다.
이어 “비서의 연락을 받고 찾아뵈었을 때 박사님의 첫 마디는 ‘이봐! 사람이 말이야, 팔십이 넘으면 더 이상 창의적인 생각이 나질 않아, 그래서 내 모든 것을 믿을 만한 적임자에게 맡겼어! 나도 무슨일이 있으면 이제 그곳에 허락을 받아야 해, 내가 연락해 놓을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그곳과 상의해!’ 다음날 그곳에서 전화가 왔다”고 회상했다.
이 관장은 “늘 격려해주셨던 박사님 때문에 치열하게 읽고 헤아려 설익은 지식의 토막말이라도 중얼거리는 내가 존재하고 있다”며 “예감이었을까. 지난 이틀간 연일 일본의 여류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와 여운 교수의 추모와 연관된 글을 쓰면서 투병 중인 박사님을 생각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처연한 부끄러움으로 회한의 사죄만을 올렸다”며 고인을 기렸다.
그러면서 “박사님, 시대의 숨결과 같은 깊고 높은 지성의 울림이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오직 두렵습니다”며 “회한으로 박사님을 떠나보내고 있는 지금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 지혜의 빈 그릇을 채우고 또 채우려 최선을 다하렵니다. 늘 따뜻한 격려로 품어주신 깊은 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쉴새없이 생각과 지식을 쏟아내시던 이어령 선생님. 투병생활을 하시며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소중한 시간에, 제게 몇 차례 만남을 청해주셔서, 덕분에 저도 여러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아주 각별한 경험이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그러면서 “한 지식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저도 제 삶의 마지막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더없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고 부연했다.
고인은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냈으며, 60년 넘게 학자·언론인·소설가·비평가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려왔다. 이 전 장관의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3월2일 오전 8시30분이며, 영결식은 같은날 오전10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엄수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