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5년차를 맞은 최원준은 그래서 이번 시즌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다. 특별히 생활 루틴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마음에는 안정감이 자리잡았다. 그는 “힘든 일이 있으면 아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시즌 중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와도 아내가 있다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인 일도 있다. 팀 동료였던 외야수 박건우(32)와의 이별이다. 박건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6년 총액 100억 원에 NC로 이적했다. 2009년 입단 후 줄곧 두산에서 뛰었던 박건우는 지난 시즌 팀 타율 1위(0.325)로 활약했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이적 시장에서 두산은 내부 FA 김재환(34)을 붙잡는 데 그쳤다.
최원준은 늘 당연하지 않은 일을 묵묵히 감내해왔다. 지난 시즌 선발 투수로 12승(4패)을 쌓았던 최원준은 포스트시즌에도 외국인 투수 이탈로 인한 3,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 등을 거뜬히 소화하며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구단에서도 그 공로를 인정해 최원준에게 팀 내 최다 연봉 인상액(1억8000만 원 증가)을 선물했다.
팀을 향한 애착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원준은 “오늘(25일) 캠프에 합류한 미란다(33)는 말할 것도 없고 새 외국인 투수 스탁(33)도 구위가 정말 좋다. 나만 잘하면 이번 시즌 두산은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팀 성적 외에 바라는 게 있다면 박건우와의 맞대결에서 이기는 것이다. 최원준은 첫 맞대결에서 초구는 속구 스트라이크로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첫 구종을 알려주고도 2, 3구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뒤의 전략을 묻자 최원준도 “영업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박)건우 형을 삼진으로 잡으면 아마 1년간 놀릴 수 있지 않을까요? 친한 형이지만 상대 팀으로 만나면 꼭 잡아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