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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러 MZ세대 반전 시위…3000여명 체포 불구 비판 행렬

입력 | 2022-02-27 21:07:00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총공세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전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반전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체포에 나섰지만 시위는 러시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랜드마크 건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파란색 물결로 뒤덮이는 등 ‘전쟁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소련의 향수’ 없는 러 MZ세대 “반전”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반전 시위대가 “우크라이나-평화, 러시아-자유”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AP통신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고 26일 보도했다.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시위 참가자 3093명이 체포되는 등 거센 탄압에도 불구하고 6000명이 넘는 의료계 종사자와 건축가, 엔지니어 3400명, 교사 500명 등이 러시아 정부 비판 서한에 서명했다.

반전 움직임은 러시아의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티그란 카차투리아(20)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좇다가 국민의 안위를 망각한 국가를 많이 봤다”며 “푸틴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으며, 부정적으로 본다”고 NYT에 전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대학생 드미트리(21)는 영국 가디언에 “젊은 세대로서 우리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며 “세대차이가 극명한데 내 주변 친구들 대부분은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푸틴을 막을 수 없을까 걱정된다. 이번에 푸틴은 정말 여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반전 시위대가 ‘전쟁 반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12월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러시아가 무력 침공에 나서야 하는가’란 질문에 18~24세 연령층에서 찬성 답변은 34%에 그쳤다. 55세 이상에서는 54%가 찬성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냉전을 겪은 러시아 중장년층의 경우 아직도 빈곤과 안보 위협이 서방 탓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지만 ‘소련의 향수’가 없는 젊은층에서는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공감대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또 불공정에 민감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MZ세대 특성이 전쟁 상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세계 랜드마크에 노랑-파랑색 물결
러시아 밖에서도 반전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스위스 베른에서는 약 2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이탈리아 로마,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각각 3000~1만여 명이 모여 ‘전쟁 중단’을 외쳤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에 빨간색 손바닥 자국이 찍힌 포스터가 걸렸다. 러시아의 침략을 겪은 조지아에서도 약 3만 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밤에는 평화를 호소하는 ‘조용한 외침’이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영국 런던 ‘런던 아이’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란색, 노란색 조명이 비쳤다.

‘반(反)러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는 러시아산 주류 판매를 퇴출한다고 26일 밝혔다. 주가 민간과 주류 계약을 맺는 오하이오주도 ‘보드카 불매운동’에 합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류통제위원회는 전날 모든 러시아산 제품을 매장에서 빼겠다고 발표했다.

해커들의 ‘사이버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25일 러시아 정부와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국제 해커 단체 ‘어노니머스’는 러시아 국방부와 크렘린궁 웹사이트, 국영TV 등을 해킹해 데이터베이스를 유출했고, 군 통신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크렘린궁 등 정부 웹사이트 6개도 일정 시간 먹통이 됐다.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도 러시아 채널의 광고 수익 창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반전 움직임에 동참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