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행사 참석한 김정은, 최측근 조용원에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6일 평양에서 개막한 노동당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에 참석해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초급당비서대회는 2016년 12월 처음 열렸고, 이번에 약 5년 2개월 만에 다시 개최됐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어제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쐈다. 미사일은 고도 620km까지 솟아 300km를 날아갔다.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4주 만으로, 올해 들어 8번째 도발이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엔 도발을 멈췄던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한국의 3·9대선을 열흘 앞두고 또다시 도발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의 도발 재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개막 총성이 울린 ‘미국 대 중·러’의 신(新)냉전 대결에 올라타려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던 1월 한 달간 북한은 각종 미사일을 7차례나 쏘아댔다. 중국의 올림픽 기간엔 러시아도 북한도 숨 고르는 시간을 가졌고,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나서자 북한도 그에 발맞춰 무력시위를 재개했다. 북한 외무성은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근원이 있다”며 미국을 탓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북한은 마침 한국의 정부교체기를 맞아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는 4월 15일까지 도발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식물상태로 들어간 상황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도발을 일상화함으로써 ‘정상적인 국방력 강화’ 활동으로 묵인받겠다는 노림수일 것이다. 나아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같은 도발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