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1934∼2022] 별세 나흘전, 출간될 시집 서문 써
1981년 이화여대 졸업식에 참석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오른쪽)과 딸 이민아 목사. 열림원 제공
“네가 간 길을 이제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별세 나흘 전인 22일 곧 출간될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에 실릴 서문을 썼다. 딸 이민아 목사(1959∼2012)의 10주기인 3월 15일을 앞두고 자신이 같은 길을 갈 것을 예감한 것이다. 딸이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난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의 마지막도 비슷한 모습이기를 바랐다고 한다.
1981년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조기 졸업한 이 목사는 김한길 전 의원과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로스쿨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주 검사로 임용됐지만 결혼 5년 만에 이혼했다. 이 목사는 무신론자였던 이 전 장관을 개신교 신앙으로 이끌었다. 이 목사는 에세이 ‘땅끝의 아이들’(2011년)에서 “아버지에게는 돈 걱정이나 장래에 대한 불안 등 당신이 겪었던 두려움을 아이들에겐 안 줘야겠다는 책임감이 사랑의 표현 방법이었던 것 같았다”고 썼다. 이 전 장관은 딸의 3주기를 맞아 2015년 에세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출간하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책에는 이 목사가 어릴 때 ‘굿나잇’ 인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함께 전하지 못한 사랑을 담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