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교회 이기용 담임목사 셀럽들 초대 토크콘서트도 열어 “멀어진 세상-교회 잇는 작은 다리”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 내 카페에서 만난 이기용 목사는 “상생이야말로 교회와 세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5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는 ‘호텔급’ 카페가 있다. 대형 TV 화면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설치한 1인 공간과 4인용 룸 등 다양한 좌석이 있다. 약 600m²(180평)에 250석 규모다. 지난해 12월부터 ‘셀럽 토크콘서트’가 매달 1회 이곳에서 열렸다. 영화음악 감독인 조성우 이동준, 개그우먼 정선희,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교회 지하에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쉴 수 있는 키즈 카페(150석), 2층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 카페(100석)가 있다. 이 카페에서 이기용 담임목사(57)를 만났다.
―정말 호텔급 카페 분위기다.
“세상과 만나기 위한 교회의 작은 노력이다. 옛날 교회에 오면 무언가 재미있고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추억을 살리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셀럽 토크콘서트 반응은 어떤가.
“방역 때문에 정해진 인원만 입장했지만 반응은 뜨겁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사람들의 문화적 갈증은 더 커졌고, 교회와 세상의 오해도 심각해졌다. 카페와 콘서트는 멀어진 교회와 세상을 잇는 작은 다리다. 하지만 의미보다는, 요즘 정말 힘든데 격(格)이 있는 문화 콘텐츠를 부담 없이 즐기시라, 이런 마음이 더 크다.”
“풀타임 근무자 6명에 파트타임 근무자 10명이 일한다. 카페를 운영해 보니 소상공인이 버틸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임차료를 낸다면 답이 없겠더라. 경비를 뺀 수익금은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쓰고 있다.”
1946년 창립된 신길교회는 성결교단의 대표적 교회 가운데 하나다. 홀몸노인과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약자 돕기, 지역 코로나19 방역, 해외선교와 구제활동 등 나눔 활동에 적극적인 교회다.
―올해 교회 표어가 ‘더불어 일어나 약속의 땅으로’인데….
“우리 근대사를 보면 한국 교회는 지금보다 신자 수가 훨씬 적었지만 근대화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큰 리더십을 발휘했다. 신자와 교회 수는 크게 늘어난 요즘, 오히려 그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교회, 우리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더불어’가 절실한 이유다.”
―지역과 미래 세대를 위해 헌신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힘든 이들을 위한 조언을 주시면….
“요즘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는다는 통계를 봤다. 코로나19 시기에 교회와 멀어진 분들도 있고, 거꾸로 너무 공허해 교회라도 가봐야겠다며 오는 분들도 있다. 교회나 세상 모두 ‘진짜’를 찾는 시대가 됐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면 이겨낼 수 있다. 교회도 진짜가 된다면 생존할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