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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재개…대선 코앞 南 흔들고, 우크라 전쟁속 美 압박

입력 | 2022-02-28 03:00:00

평양서 준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南전역-주일 미군기지 사정권
대선 열흘 앞두고 무력시위 재개
北, 우크라 사태 속 ‘몸값 높이기’
靑 NSC 긴급회의 “엄중한 유감”



黨행사 참석한 김정은, 최측근 조용원에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6일 평양에서 개막한 노동당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에 참석해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초급당비서대회는 2016년 12월 처음 열렸고, 이번에 약 5년 2개월 만에 다시 개최됐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27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추정되는 미사일 한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 들어 8번째이자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발사 후 28일 만에 도발을 재개한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초조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3·9대선을 열흘 앞두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엄중한 유감’을 표명했다.


○ 韓日 전역 타격 가능 MRBM, 고각 발사


이날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7시 52분경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탄도미사일 한 발을 쏘아 올렸다. 이 미사일은 정점고도 약 620km를 찍고 북동 방향으로 약 300km를 비행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북극성-2형’이나 노동미사일 ‘화성-7형’ 등 MRBM의 사거리를 줄여 고각(高角) 발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동성과 정확성을 높인 개량형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 시 사거리가 1000∼2500km에 달하는 MRBM은 남한 전역은 물론 오키나와 등 일본 전역의 주일미군 기지까지 타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앞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을 지상용으로 개조한 MRBM ‘북극성-2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한 바 있다. 2017년 2월과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같은 해 5월에 각각 한 번이다. 당시 90도에 가깝게 고각으로 쏜 이 미사일들은 정점고도 약 550∼560km를 찍고 약 500km를 비행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MRBM 고각발사 행위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처럼 대남 타격용 점검 차원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거리와 각도를 유동적으로 조정해 발사기술 향상을 꾀했다는 것. 북한이 MRBM 고각 발사를 통해 마하 10(음속 10배) 이상 하강속도로 수도권을 겨냥하면 한미 미사일방어체계의 허점을 공략할 수 있다.


○ 우크라이나 사태 속 대미 압박 노림수


1월에만 7차례 집중 도발한 북한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 도발을 자제하다 이번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이 몸값 높이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살얼음판을 걷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한반도 위기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가중되는 게 사실”이라며 “북한이 이러한 기회를 노려 미국 양보를 받아내려는 노림수로 이번에 존재감을 과시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여력이 없는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북한이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일방적인 제재 압박에만 매달려온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이번 사태의) 근원이 있다”며 미국에 책임을 물었다.

일각에선 대선을 열흘 앞두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북한 문제가 대선 이슈에서 묻히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금 북한을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선 개입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미사일 도발 직후 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