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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단일화 합의, 결렬이유 몰라”…安 “尹측 고려가치 없는 제안”

입력 | 2022-02-28 03:00:00

[대선 D―9]‘단일화 무산 네탓’ 정면충돌
尹, 물밑협상 과정-대리인 밝히며 安에 회동제안 문자까지 공개
安 “받은 문자만 3만개 넘어
尹 경선 협상 부인…도리 아니다”




선관위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정치분야)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서로 지나쳐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9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27일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게 되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며 “(결렬)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물밑에서 이뤄진 단일화 협상 일지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한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공개했다. 반면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제안이)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자신에게 보낸 전화 폭탄과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누군지 모르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고, (받은) 문자가 3만 개가 넘는다”고 했다. 대선을 열흘 앞둔 이날 양측이 폭로전에 가까운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선거 막판 판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 국민의힘 “결렬 이유라도 알려 달라”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권을 위임받아 국민의힘 쪽에선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당은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26일과 27일 오전 4시까지 두 차례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고 양측의 협상 대리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안 후보가 제안했던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서도 “전혀 협상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는 “26일 최종 합의를 이뤄서 저와 안 후보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는데 안 후보가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저는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물밑 협상 과정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 측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뜨렸다는 주장이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의 반대 의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걸로 알고 있다”며 “결렬 이유라도 알려줘야 하는 게 도리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윤 후보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면 제가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에 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협상에 나섰던 장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의 과정에서) 선거 비용 문제나 국무총리, 장관직 등 구체적인 자리 얘기는 없었다”며 “인수위원회 공동 운영 등 공동 정부 인수 차원의 논의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 국민의당 “신뢰에 문제가 있는 세력”


안 후보는 이날 오후 호남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전권 대리인 같은 개념은 없었다”며 “26일 갑자기 (윤 후보 측에서) 연락이 와 어떤 말을 할지 이 의원이 나가서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제안했던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 안 후보는 “저희가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그것이 없었다는 건 협상 상대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하면 (단일화) 여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엔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고 일축했다. 이 본부장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경선만 빼면 뭐든지 다 받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단일화 논의가 불발된 이유에 대해 “신뢰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협상 과정에서 공동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인수위, 정당의 역할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사과문까지 만들어왔지만 안 후보가 새벽에 검토한 뒤 ‘이거 갖고는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수신된 문자메시지가 쌓인 자신의 휴대전화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국민의힘이) 제 번호를 뿌리는 걸로 아는데, 이런 짓이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냐”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