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의사결정에서 측근들을 배제하는 듯한 모습을 표출한 가운데 전시 상황에서 이같은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스트롱맨’의 면모를 뽐내왔지만 어떤 지도자도 혼자서 통치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 당국이 페이스북 접속을 일부 제한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검열하는 것은 그가 전쟁에 대해 얼마나 견고한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크렘린 내부의 권력관계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배경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권력분점 형태는 국가에 따라 그 내용에 차이가 있다. 일부 지도자들은 군의 지원을 받고 있고, 다른 지도자들은 부유한 기업인이나 엘리트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푸틴의 이너서클은 KGB나 기타 안보 기관에서 일하다 정계에 입문한 관료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현재 러시아 정보국, 군사 및 기타 부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치를 연구하는 마리아 포포바 캐나다 맥길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것이 푸틴을 권좌에 앉힌 시스템이고, 푸틴은 권력을 견고화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에 의지해왔다”고 말했다.
푸틴은 수십년 동안 엘리트들과의 관계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해밀턴대의 에리카 드 브루인 교수는 “러시아 정부 구조는 푸틴에게 유리하다”며 “러시아의 경우처럼 정치 권력이 개별 통치자에게 집중돼 있는 곳에서는 엘리트들이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트들은 권력 기반 유지에 중요한 집단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열린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푸틴은 이날 회의에서 보좌관들과 멀리 떨어져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에 걸릴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보였지만, 자신은 왕이고 보좌관들은 단지 신하일 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포포바 교수는 밝혔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그같은 우위를 훼손할 수 있고 심지어 정치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전쟁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며 신중하고 실용적으로 러시아 이익을 도모한다는 푸틴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전쟁에 대한 지지는 낮았다. 지난 12월 한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의 8%만이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충돌을 지지했으며 9%만 친러 반군 무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푸틴이 행보는 그가 대중의 분노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경찰은 지난 24일과 25일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자 수백명을 체포했다. 러시아 정부는 26일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 접속을 제한하기도 했다.
물론 푸틴이 측근들에 무례하게 굴거나 대중의 지지가 약해진다고 푸틴의 측근들이 당장 그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푸틴의 권력 집단 내부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현상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리트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푸틴이 제재에 더 잘 대응하게 만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원 동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반발이 커지면 푸틴의 권력 기반도 약해질 소지가 있다.
그리고 만약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더욱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포포바 교수는 “독재자의 3분의 2가 측근들에 의해 쫓겨났다”며 “만약 그가 엘리트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등 나사를 조이면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