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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신부, 결혼식장서 말 타고 등장…“가부장제 금기를 부수다”

입력 | 2022-02-28 12:59:00


인도에서 한 신부가 결혼식장에 말을 타고 등장함으로써 ‘가부장제의 금기’를 깼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BBC가 보도했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에 사는 프리야 아그가왈(27)은 이달 초 결혼식장에 말을 타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인도의 결혼식에서는 보통 신랑이 하객 행렬 가운데 말을 타고 등장하며, 신부가 말을 타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아그가왈은 이날 결혼식에서 노란색 전통 의상과 화려한 터번을 쓴 채 말 위에서 춤을 췄으며, 가족과 친구들이 행렬을 따랐다.

아그가왈은 “(내가) 지휘관이 돼, 행렬을 이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그러면서 “신부가 결혼식장에 말을 타고 들어오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며 “(금기를 깬다는 것이) 너무 설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그가왈 아버지는 “(나 스스로부터) 양성평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딸과 아들을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며 “작년에 아들이 결혼식에서 말을 타는 모습을 보고 딸도 자연스레 말을 타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딸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다”며 “부모가 지지해준다면 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BC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부장제가 깊이 뿌리박힌 하리아나주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라고 논평했다.

아그가왈이 태어난 1990년대 하리아나주에서는 여아 낙태가 만연함에 따라 남자아이 1000명당 여자아이 781명이 태어날 정도로 가부장제와 남성 선호사상이 극심했다.

특히 아그가왈 아버지가 딸이 태어난 것을 알고 병원에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돌리자, 일부 나이 든 어른들은 “제정신이 아니다”며 음식을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그가왈의 아버지는 “말을 타고 입장할 용기를 낸 딸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그가왈 남편 아라브 굽타 역시 웃으며 “아그가왈이 말을 타고 등장할 거라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도 나에게 언질을 준 적이 없어 몰랐다”며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 친척, 친구들 모두 놀라고 또 흥미로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말 위에 신부가 앉아있는 모습이 새롭기도 하며, 우리 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준다고 생각한다”며 “용감하고 대담한 여성과 결혼하게 됐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니타 라헤자 결혼 전문가는 “아그가왈이 말을 타고 결혼식에 입장하는 것은 양성평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인도 결혼식장에서 친구들과 친척들의 부축을 받으며, 머리를 숙여 얼굴을 가리고 입장하는 신부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요즘은 램프를 든 친구들에 둘러싸여 리무진이나 꽃으로 장식된 버스 등을 타고 입장하는 신부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