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으로, ‘무능한 정치 초보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이 재평가받고 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도피설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사항전’ 의사를 내비치며 돌연 ‘캡틴 우크라이나’로 부상, 우크라이나 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의 비정부 여론조사 기관 ‘레이팅스;가 우크라이나 전역 18세 이상 국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 12월보다 3배 증가한 수치다. 젤렌스키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률은 6%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에서 크림반도 및 우크라이나 동부 등 반군 점령 지역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러시아 유력 시사주간지 노보예 브레미야의 편집장인 율리아 맥구피는 BBC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지난 한 주 동안 젤렌스키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젤렌스키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와 존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인들이 젤렌스키 대통령 주변에서 결속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44세인 젤렌스키는 코미디언 출신으로 2015년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청렴한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어 정치에 입문했고 41세 때인 2019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73%라는 경이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러나 젤렌스키에 대한 지지율은 대통령 당선 이후 내리막길로 들어섰고,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및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전쟁이 지속되면서 계속 하락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일각에서는 도피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으며 떠나지 않고 싸울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키예프 시내에서 국가 수뇌부들과 함께한 영상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돌아와 달라며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 대피를 돕겠다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하고 ”여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대피할 수단이 아닌 탄약이 필요하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