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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 “엄마를 부탁해”…아빠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입력 | 2022-02-28 19:00:00


우크라이나 리비우 기차역에서 피난길에 오른 한 어린이가 창문에 뽀뽀하고 있다. 2022년 2월 27일. (gettyimages)



“안녕 아빠” “엄마를 부탁해”

28일 영국일간 더선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아빠와 헤어지는 가슴 아픈 장면’이라는 제목으로 폴란드 국경에 인접해 있는 우크라이나의 한 기차역 풍경을 전했다.

기차역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피난 열차에 태우고 작별 인사를 마친 루슬란 글래드키(35)는 열차가 출발하기 전 9세 아들 호데이에게 “엄마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18~60세의 자국 남성은 출국이 금지돼 있다.

더선 캡처


폴란드 국경에서 약 60km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비우시 기차역은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는 종착역이다. 전날 이곳 기차역은 폴란드행 기차를 타기 위해 몰려든 피난민들로 가득찼다.

반대편 교전 지역으로 향하는 열차에는 가족과 생이별한 남자들이 결연한 모습으로 올라있었다.

더선은 “많은 사람들이 최전선으로 향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며 “아빠들이 아이들을 안전한 기차에 태우고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침략자 푸틴의 압도적인 화력에 맞서 돌진하기 직전이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리비우 기차역의 피난민들. 2022년 2월 27일. (gettyimages)



루슬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루슬란은 9세 아들과 4세 딸을 두고 있었다. 어린 아들에게 ‘엄마를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가족과 이별한 루슬란은 “매우 힘든 순간이었다.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남아서 조국을 지킬 것이며, 머지 않아 가족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세르게이 모터로프(42)도 “내 딸을 보호하기 위해 부모님께 맡겨두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저항군에 합류하러 돌아가는 중”이라며 “내 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리비우 기차역의 피난민들. 2022년 2월 27일. (gettyimages)



경찰관이었던 알렉세이 아니신(29)은 “나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조국을 지키겠다.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객차가 빠져나갈 때 열차 창문에 얼굴을 대고 흐느꼈다.

열차를 탄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미 남편을 전쟁에 떠나보낸 여성 밀리에나 자쉬트니코바(21)는 아들 막스(4), 어머니와 함께 리비우로 피난 왔지만, 모든 국제 열차편이 매진된 후였다.

우크라이나 리비우 기차역에 몰려든 피난민들. 2022년 2월 27일. (gettyimages)



이들 가족은 밤사이 기온이 급락하면서 오갈데 없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밀리에나는 “피난 여정을 위해 어린 아들에게 장난감 기차를 사줬는데, 이제 아이가 탈 기차는 오로지 이것 뿐이다. 우리는 오늘 밤 머물 곳이 없고 전쟁을 피할 방법도 없다”며 슬퍼했다.

이어 “아들이 너무 어려서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웃으면서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푸틴이 만든 악몽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