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관을 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행 항공편의 입국을 금지해 ‘하늘 길’까지 차단했다. 러시아 루블의 가치가 폭락하고 대형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유럽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러시아 경제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영TV를 해킹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일부 러시아 부호까지 ‘전쟁 반대’를 외치는 등 러시아 안팎에서 반(反)푸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 국영銀 계열사 파산 가능성…루블도 급락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EU 입국을 금한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회원국이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운항을 금지했는데 EU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그는 “러시아인에게 EU 상공을 닫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맞대응해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도 유럽행 항공편을 중단하면서 EU와 러시아의 하늘 길은 사실상 막혔다.이날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계열사인 스베르방크유럽이 조만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한 스베르방크 주요 계열사가 만기일에 부채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고립이 심화하면서 루블 가치 또한 급락했다. 28일 역외 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장중 117.817루블로 전일 종가대비 28% 하락했다.
루블이 급락하자 중앙은행은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0%로 대폭 인상했다.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발표 이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인 30% 가까이 폭락했다.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사설환전소에서 업주가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 어나니머스, 국영TV에 우크라이나 참상 방송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사이버 전쟁을 선언한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27일 트위터에 “러시아 국영TV 채널을 해킹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렸다”며 러시아 정부 웹사이트를 불통으로 만들고 러시아 국민에게 정보를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국영TV의 어떤 채널을 돌려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처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건물 등 우크라이나의 피해 모습만 계속 나온다. 어나니머스는 하루 전에도 국방부와 대통령실(크렘린궁) 웹사이트를 해킹했다.
27일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뱅크의 설립자인 세계 128위 부호 미하일 프리드만이 최근 직원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그는 ”전쟁은 생명을 앗아가고 수백 년 동안 형제처럼 지낸 두 나라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지금의 충돌은 모두에게 비극“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회장이자 푸틴 대통령의 후원자인 올레크 데리파스카 또한 텔레그램 채널에서 ”평화는 매우 중요하다. 빨리 평화 회담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불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