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전력화됐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비닉(秘匿·비밀스럽게 감춤) 무기들을 일반에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를 고려해 개발하거나 도입한 대북(對北) 전력 공개에 로키(low-key)로 대응해왔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3·9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의 8번째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높아진 안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전방위적인 전력증강 홍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에는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진행된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 장면이 담겼다. 미사일이 발사된 뒤 대기권을 향해 치솟고, 이후 가상의 표적 요격에 성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화면이 등장했다. L-SAM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현을 위한 요격미사일로, 탄도미사일이 고도 50¤60㎞에서 비행할 때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국제정세가 악화되고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27일 이례적으로 L-SAM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영상에서 항공통제기 E-737,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중거리 지대공요격미사일인 천궁-2, 패트리엇미사일 등 기존 방어체계를 소개한 뒤 “L-SAM과 ‘한국형 아이언돔’의 시험발사 성공, 천궁-3 확보 등을 통해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에는 북한이 도입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F-35A 스텔스기를 비롯한 주요 공중 전력의 비행 장면도 포함됐다. 지난해 시험 발사한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고위력 탄도미사일 배치가 이뤄진 사실도 공개됐다. 아울러 군 정찰위성, 경항공모함,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등의 전력화 계획도 소개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