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중인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20대 대선은 내달 9일 본 투표에 앞서 내달 4~5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여야가 4, 5일 진행되는 3·9대선 사전투표 독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도 1, 2위 후보가 1%포인트 안팎의 초접전 승부를 벌이면서 지지자를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취지다. 현재의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이번 대선 유권자 수(4419만7692명)를 감안할 때 50만표 이내로 결론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사전투표 참여 기세가 본투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사전투표를 ‘1차 승부처’로 삼고 사전투표 첫 날 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 李 “주변에 사전투표 권장해 달라”
민주당은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이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28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 유세에서 “4, 5일 사전투표를 열심히 해주시고 주변에도 많이 권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쇼트트랙 경기에 비유하면 결승선 앞 ‘날 내밀기’ 경쟁이 시작됐다”며 “사전투표 전까지 주변에 꼭 투표하라는 전화 홍보 등에 절박하게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 지지층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아일보가 18, 19일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 지지층의 35.4%가 사전투표를, 57.2%가 본투표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윤 후보 지지층에서는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18.0%(본투표 75.0%)에 그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3050세대에서 사전투표 의향이 높은 만큼 적극 독려해 한 표라도 더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 尹 “걱정 말고 사전투표해 달라”
국민의힘은 전통 보수층에서 사전투표 참여 의사가 낮은 점을 이번 대선의 불안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보수 유권자 일각에서는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제기된 ‘사전투표=부정선거의 온상’이라는 의구심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후보 지지세가 강한 고령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대선 당일 투표장에 가길 꺼릴 수 있어 사전투표 참여가 더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를 앞세워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날 선거대책본부 회의장에는 아예 ‘윤석열도 사전투표 하겠습니다’라는 배경막을 내걸었다. 윤 후보는 유세에서도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미리 투표장 가서 찍어야 이긴다”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달 초부터 “사전투표를 해 달라”고 적극 독려하며 지지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사전투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 애쓰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부정투표 이슈의 부각에는 경계하고 있다. 보수층 일각의 우려를 짚으려다 자칫 중도층 표심에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윤 후보도 이날 “2020년 총선 때 (사전투표) 부정 의혹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다”면서 “당에서 공명선거감시단을 발족해 철저하게 감시할 테니 걱정 말고 사전투표를 해 달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