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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만에 돌아온 ‘왕자 호동’의 슬픈 사랑

입력 | 2022-03-01 03:00:00

국립오페라단 1962년 초연 작품
11, 12일 해오름극장 무대 올라
한승원 연출가 “낙랑공주에 초점”



국립오페라단이 201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창작 오페라 갈라’ 중 ‘왕자호동’. 낙랑공주가 고구려의 공격을 알리지 못하게 하려고 자명고를 찢기 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올해 환갑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60년 전 공연한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직후인 1962년 4월 서울 명동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장일남 작곡 ‘왕자호동’을 11, 1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왕자, 호동’으로 공연한다. 여자경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지난해 그와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브람스…’에서 호흡을 맞춘 한승원이 연출을 맡는다.

장일남의 ‘왕자호동’은 동랑 유치진(1905∼1974)의 희곡 ‘자명고’를 오페라로 만든 작품.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나오는 고구려 왕자 호동과 낙랑의 공주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적국의 왕자 호동을 사랑하는 낙랑공주는 적의 침입을 알려주는 북 ‘자명고’를 몰래 찢고, 고구려의 침입을 받은 낙랑의 왕 최리는 딸을 죽이고 만다.

현제명의 오페라 ‘왕자호동’(1954년), 김달성의 오페라 ‘자명고’(1969년), 임성남이 안무한 국립발레단 창작발레 ‘왕자호동’(1988년)이 같은 소재를 택할 정도로 호소력을 자랑하는 줄거리다. 초연 당시 30세의 신예 작곡가였던 장일남은 이후 가곡 ‘비목’ ‘기다리는 마음’을 선보이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한승원 연출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왕자 호동 개인의 얘기를 넘어 각 인물들의 삶으로 들어가 권력투쟁 속의 이해와 사랑을 사건 중심으로 정밀하게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특히 각 인물의 선택이 사건 전개에 주는 영향을 낙랑공주에게 초점을 맞춰 풀어 나갈 예정이다. 3개의 막 사이에는 국악 소리꾼이 해설자로 등장해 극의 전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원작 희곡의 5개 막을 오페라에서 3개로 압축하면서 이해가 쉽지 않아진 부분을 설명하는 장치다.

편곡을 맡은 작곡가 전예은은 국립오페라단 블로그에 실린 ‘편곡노트’에서 “원곡에 서곡을 추가하고 일부 부분의 순서를 바꾸었지만 서곡을 제외한 부분은 새롭게 작곡된 부분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장면에 맞게 섬세하고 탄탄하게 사용된 원작의 관현악법(오케스트레이션)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호동왕자 역에 테너 이승묵 김동원, 낙랑공주 역에 소프라노 박현주 김순영, 낙랑의 왕 최리 역에 테너 김남두 정의근이 출연한다. 해설자(이야기꾼) 역할은 소리꾼 김미진 서의철이 맡는다. 공연은 국립오페라단 동영상 ‘크노마이오페라LIVE’로 동시 중계한다. 3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