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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찬호 ‘무거운 짐’ 벗고 근육만 5kg 늘려 도약 다짐

입력 | 2022-03-01 03:00:00

이범호 코치에게 받은 등번호 25… 1번으로 바꿔달고 가볍게 새출발
지난해 신인 1차 지명받은 김도영… 같은 유격수로 ‘제2 이종범’ 불려
장정석 단장 “박찬호도 긴장될 것”… 마른 체형 벗어나려 77kg ‘벌크업’
연습경기 한화전 3안타 날리기도




올해 KIA 스프링캠프에는 주목받을 만한 ‘이름’이 참 많았다.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활약한 양현종(34·투수)이 돌아왔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나성범(33·외야수)도 새 시즌부터 KIA 유니폼을 입고 뛴다. 지난해 신인 1차 지명자 김도영(19)도 ‘제2의 이종범’으로 통하는 유격수 기대주다. 게다가 팀 프랜차이즈 2루수 출신이자 지난해까지 수석코치를 맡았던 김종국 감독도 새로 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박찬호만큼 주목을 끄는 이름은 아니었다. 물론 ‘코리안 특급’ 박찬호(49·은퇴)가 아니라 2019년부터 KIA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박찬호(27·사진) 이야기다. 근육량만 5kg을 늘린 모습으로 스프링캠프에 나타난 박찬호는 지난달 26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3안타를 치며 무력시위를 했다.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중계 해설을 맡은 장정석 KIA 단장은 “박찬호가 좋은 신인(김도영)이 들어오며 많이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첫 경기 맹활약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작 지난달 2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 응한 박찬호는 담담했다. 그는 “‘프로’라는 직업이 늘 비교를 당하기 마련이기에 어떤 선수가 들어왔다고 특별히 신경 쓴 건 아니다. 몇 시즌을 치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까 고민하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 동안 박찬호의 성적표는 아쉬웠다. 견실한 수비에 견줘 타격이 부진했다. 2019시즌 첫 주전을 맡을 당시 타율 0.260이었지만 이후 2년 동안 0.223(2020시즌), 0.246(2021시즌)에 그쳤다. 새 시즌을 앞두고 독한 마음을 품은 그는 ‘벌크 업’에 나섰다. 깡말랐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몸을 ‘선수답게’ 다져 몸무게를 77kg까지 늘렸다. 타석에 서면 이제 선수 티가 난다.

바뀐 건 몸뿐만이 아니다. 2019년 은퇴한 이범호 KIA 코치로부터 물려받았던 등번호(25번)를 내려놓고 새 번호(1번)를 달았다. 박찬호는 “뜻깊은 번호를 물려받은 만큼 저도 25번을 단 채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새 마음으로 다 바꾸고 싶었고 ‘첫 번째’라는 의미의 1번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등번호 교체를 고민하며 이 코치님께 말씀드렸더니 ‘안 그래도 등이 무거워 보였다’고 말씀해주셔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제 동명이인 선배만큼 야구를 잘할 일만 남았다. 몸 상태에 대해 “근육량이나 체지방 등 모든 부분을 살펴봤을 때 지금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고 한 박찬호는 “어렸을 때부터 이름 때문에 비교를 많이 당해 무덤덤하다. 하지만 투수는 선배님이 떠올라도 타자는 내가 생각나게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즌 개막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 잘 키운 몸과 첫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좋은 타격 감각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박찬호는 “올해가 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