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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 러 수입 의존도 20% 넘는 품목 118개… 에너지-수산물 많아

입력 | 2022-03-01 03:00:00

러 비중 50% 웃도는 제품 62개… 일부 석유-역청유 의존도는 92.6%
나프타 43억 달러로 수입액 최고, 대게 100% 명태 96%가 러시아산
“제2 요소수 없게 꼼꼼히 대비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2000여 개 품목 가운데 러시아 의존도가 20% 이상인 제품이 11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원유 제품과 철강 원재료, 수산물 등은 러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0%를 웃돌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무역 제재가 본격화된 가운데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러시아산 원자재 및 중간재를 가려내고 사전에 대체재를 마련해야 ‘제2의 요소수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에너지 제품·수산물 러시아 의존도 높아
28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2075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 수입 비중이 20%를 넘는 제품은 118개(5.6%)로 집계됐다. 러시아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제품도 62개(2.9%)였다. 분석을 맡은 정형곤 KIEP 선임연구위원은 “국제품목 분류 코드(HS코드) 10단위로 분석해 가장 세부적인 제품들의 러시아 수입 의존도를 파악했다”고 했다.

118개 제품 가운데 나프타의 수입 규모가 43억8302만 달러(약 5조3000억 원)로 가장 컸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다. 지난해 나프타 전체 수입액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였다.

석유·역청유(15도 비중이 0.847 초과, 0.855 이하인 제품)의 러시아 의존도는 92.6%나 됐다. 지난해 수입액은 28억8004만 달러였다. 유연탄(코크스용탄)과 무연탄의 러시아 수입 비중도 각각 21.5%, 40.8%로 높았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수산물도 러시아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대게(2억3114만 달러)는 수입품의 100%가 러시아산이었다. 명태(2억4753만 달러)는 96.1%, 대구(9036만 달러)는 93.6%가 러시아에서 수입됐다.
○ “러시아산 대체재 미리 찾아야”
철강,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산업군에 쓰이는 원자재도 러시아 의존도가 적지 않았다. 용도에 맞는 철강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페로실리콘(실리콘 함유량 55% 초과)은 34.6%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스테인리스강을 만들 때 필요한 페로실리코크로뮴은 92.9%가 러시아산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재료가 가격 경쟁력이 좋아 의존도가 높았다. 중국산이나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 중에서는 팔라듐의 의존도가 33.2%로 높았다. 러시아는 팔라듐 주 생산국으로, 지난해 4억9938만 달러어치가 국내에 수입됐다.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인 크립톤과 네온은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각각 30.7%, 23.0%로 높았다.

이날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충북 보은군의 특수가스 전문 소재기업을 찾아 “희귀가스 수급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일본이 원자재의 특정국 의존도를 30%가 넘지 않도록 다변화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요소수처럼 높은 기술력이 필요치 않고 가격도 싸지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범용 품목이 러시아에 있을 수 있다.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면밀히 살펴 대체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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