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모든 항공기 유럽운항 금지”… 러도 “서방 36개국 항공사 입국 금지” 국제해커집단, 러 상대 사이버전쟁… 러 국영TV 해킹 ‘우크라 참상’ 알려 러 부호들도 “전쟁은 모두에 비극”… 루블화 폭락에 기준금리 대폭 인상
“러 우크라 침공 규탄”… 獨 ‘6월 17일 거리’ 메운 10만 인파 27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으로 향하는 ‘6월 17일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최소 10만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거리의 명칭은 1953년 6월 17일 당시 동독 시민들이 동독 주둔 소련군과 동독 경찰의 철권통치를 비판하며 봉기한 사건에서 유래했다. 베를린=AP 뉴시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발 항공편의 입국을 금지해 ‘하늘길’까지 차단했다. 미국과 노르웨이 등이 러시아 자산 매각 및 금융 제재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 루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증시도 휴장했다. 국영은행 스베르반크유럽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러시아 경제의 고전이 상당하다.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영TV를 해킹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일부 러시아 부호까지 ‘전쟁 반대’를 외치는 등 안팎에서 반(反)푸틴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 루블 폭락에 증시 휴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EU 입국을 금한다고 밝혔다. 하루 뒤 러시아 또한 유럽, 캐나다 등 서방 36개국 항공사의 러시아 입국을 금했다.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또한 유럽행 항공편을 중단해 사실상 EU와 러시아의 하늘길이 막혔다.이날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반크 계열사인 스베르반크유럽이 조만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한 스베르반크 주요 계열사가 부채를 갚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또한 스베르반크, 가스프롬 등 러시아 주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국부펀드가 러시아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다.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 등 서방이 국제 금융결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런 악재가 겹치자 루블은 최저로 하락했다. 28일 역외시장의 미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전일 종가 대비 30% 낮은 109루블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장중 한때 40%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곳곳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달러를 뽑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루블이 더 떨어질 것이란 생각에 서둘러 달러를 바꿔 놓으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 어나니머스, 국영TV에 우크라 참상 방송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사이버전쟁을 선언한 국제 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지난달 27일 트위터에 “러시아 국영TV 채널을 해킹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렸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국영TV의 어떤 채널을 돌려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처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건물 등 우크라이나의 피해 모습만 계속 나온다. 이들은 하루 뒤에도 국영 타스통신, 포브스러시아 등 주요 언론 웹사이트를 해킹한 후 ‘푸틴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문구를 올렸다.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태생이자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뱅크의 설립자인 세계 128위 부호 미하일 프리드만은 최근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쟁은 수백 년 동안 형제처럼 지낸 두 나라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지금의 충돌은 모두에게 비극”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의 회장이자 푸틴 대통령의 후원자인 올레크 데리파스카 또한 “빨리 평화회담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불법 행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각국의 반러 시위도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최소 10만 명이 모여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고 전쟁 반대를 외쳤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